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를 놓고 정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재건축'이란 꽃놀이패를 빼고 정책을 짜면서 스텝이 꼬였다는 평가가 많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내부 검토에 들어갔다.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정부가 상당한 주택 물량을 공급했지만 부족하다는 인식이 있으니 발굴을 해서라도 공급 물량을 늘리라"고 지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대통령 "공급" 호통에도 뾰족한 수 없어
부동산시장 안팎에선 벌써 신도시급 대규모 택지가 조성될 것이란 전망과 함께 그 후보지가 오르내린다. 경기 시흥-광명지구, 고양시 원흥지구ㆍ장항지구, 하남시 감북지구, 김포시 고촌지구 등이다. 이들 지역은 정부가 2018~2019년 3기 신도시를 지정할 때도 유력 후보지로 올랐다. 택지 규모나 서울과의 연계성 등에서 기본 조건 이상을 갖췄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창무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수도권 같은 경우엔 주택 보급률 자체가 낮다 보니 택지 조성 등으로 공급을 확대하는 건 좋다"며 "서울과 연접한 지역에 택지를 조성하거나 기존 신도시를 재건축ㆍ재개발하는 방식으로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변 부동산시장에선 신규 택지 하마평조차 민감하게 반응한다. 지난 주말 고양 일산신도시 주민들은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택지지구 지정을 반대하는 집단민원을 넣었다. 3기 신도시인 창릉지구 조성 계획이 발표되면서 일산 집값이 하락한 데 따른 트라우마다. 지역구 의원들도 "4기 신도시가 거론될 정도로 주택을 짓는 일은 없도록 강력히 저지하겠다"고 주민들에게 약속했다. 광명시는 원도심 위축을 우려해 3기 신도시를 지정할 때도 택지 조성을 반대했다. 대규모 택지 조성으로 주택을 공급하려면 이 같은 반대를 넘어서야 한다.
◇대규모 택지 조성하려니 주변 지역 반발
국토부는 대규모 택지 지정설(說)을 부담스러워 한다. 국토부는 6일 보도자료를 내고 "4기 신도시 발표, 기존 택지 수용인구 확대 등과 관련 내용은 확정된 바 없다"고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수도권 내 공공택지가 많고 도심 내 주택 공급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아서 기존 택지 활용도를 높이는 쪽에 집중을 하고 있다"며 "4기 신도시는 발표를 준비하는 데도 오래 걸려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대안으로 국공유지나 서울 외곽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주택 용지로 사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서울 시내에서 보존 가치가 낮아(3등급 이하) 해제가 가능한 그린벨트는 29.0㎢로 추정된다. 특히 강남구 세곡동, 서초구 내곡ㆍ우면동 등 강남권에 3등급 이하 그린벨트가 몰려 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2018년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불가피할 경우 자체적으로 그린벨트를 풀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경우 서울시와의 갈등은 불가피하다. 서울시는 그간 녹지 보전과 강남권 과밀 개발 억제 등을 이유로 그린벨트 해제를 막아왔다. 2018년에도 서울시가 그린벨트 해제를 완강히 반대하면서 국토부가 물러섰다. 지역 주민 사이에서도 교통난, 집값 하락 등의 이유로 그린벨트 개발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