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IT 대기업 근로자들이 트럼프 대통령 연임을 저지하기 위해 돈을 퍼붓고 있다고 4일(현지시간) CNBC방송이 보도했다.
비영리 단체 오픈시크릿츠 조사 결과,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알파벳, 페이스북 등 미국 IT 5대 기업 근로자들이 올해 민주당 후보들에 기부한 금액이 약 1500만 달러(약 179억9000만 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공화당은 300만 달러에 그쳤다.
IT 종사자들의 전체 기부금 가운데 84%가 민주당에 들어갔는데 이는 2016년 미국 대선(68%)과 2018년 중간선거(79%)를 훨씬 웃도는 규모다.
IT 업계는 사회 문제가 아닌 경제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보수적인 성향이 짙다. 작은 정부를 선호하고 고율 세금과 복잡한 규제를 반대한다. 지난 선거에서도 밋 롬니, 존 매케인, 조지 W. 부시 등 공화당 후보가 상당히 많은 IT 대기업 종사자 지지를 받아왔다.
그런 IT 업계에 일종의 ‘반란’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CNBC는 기술기업들이 서서히 좌편향이 돼 오긴 했지만, 이 정도로 기울어진 정당 지지는 과거에 없던 일이라고 평가했다.
더 아이러니한 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 수혜자가 바로 IT 업계라는 것에 있다. IT 기업은 트럼프 정권 들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왔다. 트럼프 행정부의 법인세 인하 등 일관된 ‘친기업’ 정책에 힘입어 주가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막대한 순이익도 올렸다.
2017년 1월 트럼프 취임 이후 구글 모회사 알파벳 주가는 79%, 아마존은 무려 257% 상승을 기록했다.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애플, MS, 아마존, 알파벳의 시가총액은 1조 달러를 넘어 ‘꿈의 시총’을 달성했다.
그러나 누구보다 큰 수혜를 맛본 이들 기업 종사자들이 트럼프 연임 저지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이다. 실리콘밸리 기업들과 트럼프의 관계가 삐걱대기 시작한 것은 2017년 그의 취임 후부터 시작됐다는 평가다. 트럼프가 연일 반이민 정책을 앞세우자 전 세계의 우수한 인재 고용을 어렵게 만든다는 기술 기업들의 불만이 커졌다. 중국과 무역전쟁을 확전하는 것도 IT 공룡들이 등을 돌리게 만드는 요인이 됐다.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과의 갈등 장기화로 기술기업들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도 고조됐다. 이에 마가렛 오마라 워싱턴대학 역사학 교수는 “IT 기업들이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정치적이 됐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