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투자 실패로 체면을 구긴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모처럼 기를 펴게 됐다.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미국 온라인 주택보험사 레모네이드가 2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 첫날 주가가 대폭 뛰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레모네이드 주가는 69.41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이는 공모가 대비 139.34% 뛴 금액이다. 전날 이 회사는 기업공개(IPO) 가격을 주당 29달러로 설정하고 1100만 주를 방출했다. 공모가는 당초 26~28달러 범위로 정했으나 수요가 몰리면서 29달러로 높인 것이다. 이에 IPO를 통한 조달 자금액도 애초 기대한 2억9700만 달러(약 3566억 원)에서 3억1900만 달러로 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투자자의 자금이 안전 자산으로 향하는 가운데 벤처 캐피털이 지원하는 적자 스타트업이 시장에서 어떻게 평가되는지, 레모네이드의 상장은 그 시금석이었다. 이 회사는 2015년 창업 이래 흑자를 낸 적이 없다.
레모네이드는 정보·기술(IT)과 보험이 융합한 ‘인슈어텍’ 기업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작년 4월 소프트뱅크가 3억 달러를 투자했다. 소프트뱅크는 레모네이드 지분 21.8%를 보유한 대주주이며, 이외에 세쿼이아캐피털 이스라엘과 제너럴카탈리스트 등도 주주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투자 당시 레모네이드의 기업가치를 21억 달러를 평가했는데, 이날 주가가 치솟으면서 시가총액은 38억 달러 가까이 치솟았다.
레모네이드의 성공적인 증시 데뷔 소식에 3일 일본 도쿄증시에서 소프트뱅크 주가가 2% 넘게 뛰며 강세를 보이고 있다. SBI증권의 모리유키 신지 수석 애널리스트는 “유니콘 기업의 상장은 주식시장이 안정됐다는 증거”라며 “투자회사인 소프트뱅크에 있어서는 순풍”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