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본적인 수준의 음성·데이터를 제공하는 저가 요금제 도입 제도인 '보편요금제'를 추진하면서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이미 낮출대로 낮춘 저가 요금제에서 최소 3000원에서 최대 1만 원까지 인하해야 하는 상황까지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1일 이동통신사와 알뜰폰 사업자 등 통신 업계 관계자들은 보편요금제를 도입하면, 수익성 악화뿐 아니라 시장의 생태계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보편요금제란 누구나 적정 요금으로 공평하고 저렴하게 이동통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기본적 수준의 음성·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정부가 이동통신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을 통해 음성 200분·데이터 1GB를 제공하는 요금제를 월 3만 원대에서 2만 원 대로 낮춰 출시함으로써 경쟁적으로 통신비 인하를 유도하는 제도다.
전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보편요금제 도입과 보편적 역무 관련 정보시스템 구축·운영 등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돼 국회에 제출한다고 밝히면서 업계에 파장이 일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밀어붙일 경우 법안 통과는 시간문제다. 민주당 의석 수가 176석으로 본회의만 열린다면 어떤 법안이든 통과시킬 수 있는 상황이다.
보편요금제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2017년 6월 대통령 공약인 기본료 폐지의 대안으로 제안했다. 이후 사회적 논의기구인 가계통신비정책협의회 논의와 규제개혁위원회 의결,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2018년 6월 국회에 제출됐지만, 20대 국회에서는 실현되지 못하고 흐지부지됐었다.
이미 보편요금제에 준할 정도의 낮은 요금제를 제공하고 있는 SK텔레콤은 추가 요금 하락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현재 'T플랜 세이브' 요금제는 음성무제한과 데이터 1.5GB를 제공하고 월 3만3000원(부가세 포함)이다. 부가세 3000원 만큼 인하해도 2만 원대로 진입하게 되는 셈이다. 다만 2만 원대 턱걸이 요금제로 출시될 경우 비판이 나올 수 있어, 정부가 2만 원대 중반으로 더 낮출 것을 요구할 수도 있다.
통신업계는 SK텔레콤을 통해 도입되면, KT와 LG유플러스도 가입자 유치 경쟁을 위해서 비슷한 수준으로 요금제를 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궁지에 몰린 이동통신 업계는 수익성을 검토하지 않고, 요금에 서비스를 맞추는 것은 어불성설이란 입장이다. 서비스 중인 요금제에 경쟁사 고객 유치를 위한 최저 마진이 반영돼 있다는 것이다. 5G 이후 다음 세대 통신 기술과 인프라 확대를 위해서, 정부 요구 수준으로 수익을 포기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시장의 생태계 혼란도 우려된다. 특히 이통 3사보다 알뜰폰 사업자에게 직격탄이 될 수 있다. 시장은 이통 3사가 수익을 낼 수 없는 저가 요금제 시장을 알뜰폰 사업자가 점유하는 구조로 자리 잡았다. 만약 보편요금제가 도입되면 이통사들은 이통사대로 수익이 감소하고, 알뜰폰 사업자들도 요금 경쟁력이 하락해 도태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이미 이통사가 저가 요금 시장을 많이 침범했다"며 "정책을 잘못 짜게 되면 알뜰폰 사업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