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품어야 산다/ 김병효 지음/ 사람과나무사이 펴냄/ 1만3000원
2020년 새해 초부터 전 세계에 밀어닥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람들은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삶을 살고 있다. 밀집·밀폐·밀접의 '3밀'이 '노란 딱지'를 받고 접촉과 접근 같은 어휘가 경계의 대상이 되고 있다. 반면 사회적 거리 두기, 생활 속 거리 두기 같은 용어는 권장되고 미덕으로 여겨진다.
저자는 '물리적' 접촉이 아닌 '정서적' 접촉을 강조한다. 이른바 '언택트', 비대면 사회에서 물리적으로 어쩔 수 없이 서로 거리를 두고 접촉을 피하더라도 정서적으로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거리를 좁히며 온기를 만들어야 개인적으로든 사회·국가적으로든 미증유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어미 닭이 '둥근 알'을 품듯 세상을 보듬고 있다. 어미 닭이 품어주지 않으면 병아리는 알을 깨고 세상에 나올 수 없다. 생명을 얻을 수 없다. 무언가를 '품는 행위'는 생명이 탄생하는 출발점이자 그 자체로 숭고한 일이다.
'시를 사랑하는 금융인'답게 저자는 책에 26편의 에세이를 담았다. 전작 '봄날이었다'에서 가족과 친지, 친구 등 가까운 이들을 향했던 그 시선과 온기 그리고 향내는 이번 책에서 이주민, 보호 아동, 다문화가정 사람들, 장애인, 빈곤한 노인 등 사회적 이웃에게로 확장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