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준법 경영을 감시하는 삼성준법감시위원회에 신고·제보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불기소 권고 결정을 내린 가운데, 이 부회장이 준법경영 각오를 밝힌 만큼 준법감시위 행보에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29일 준법감시위에 따르면 2월 초 공식 출범한 이래 현재까지 150여 건의 준법의무 위반 신고·제보가 접수됐다.
준법감시위는 지난 3월 삼성 내부 문제와 관련해 신고 및 제보를 할 수 있는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익명 또는 기명 신고·제보를 받기 시작했다. 이달에만 약 20건이 접수되는 등 꾸준하게 신고·제보가 들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접수된 150여 건 가운데 의미 있는 제보는 20~30% 정도인 것으로 파악된다. 하청관계에 관한 제보가 주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상당수 제보는 개인 민원 또는 근거 없는 비방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접수된 신고·제보는 담당 변호사가 취합해서 정리한다. 개인 민원, 법정에서 결론이 이미 난 사안, 준법서약한 7개 관계사가 아닌 회사들에 대해서는 ‘해당 안 됨’으로 사건을 돌려보낸다.
현재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에스디에스, 삼성생명보험, 삼성화재해상보험 등 7개 계열사가 준법감시위 아래 경영활동을 점검받고 있다.
준법감시위는 제보자에게 신고에 대한 처리 진행상황을 메일로 답신하고, 정리된 내용은 매달 한 번씩 열리는 준법감시위 정기회의 때 보고 된다.
보고 이후 해당 부분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 절차에 돌입하게 되면 관계사를 불러 내용을 소상히 파악한다. 이후 준법감시위에서 해당 사안에 대한 결론이 내려지게 되면 후속조치를 밟게 된다.
다음 달 2일 정기회의 때 신고제도 부분에 관한 내용도 의제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준법감시위 관계자는 “현재 사실관계 확인까지 들어간 제보도 있다”면서 “다만, 후속조치까지 명확하게 결론이 난 신고·제보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6일 열린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이재용 부회장을 기소하는 게 타당하지 않다고 결론 내리면서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행보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이 부회장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 속에서 활발한 경영 활동에 나서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중국 산시성에 위치한 시안반도체 사업장을 찾아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영향 및 대책을 논의하고,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이 부회장의 중국 방문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글로벌 기업인 최초다.
아울러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 부회장과 만나 차세대 전기차용 배터리인 전고체 배터리 개발 현황과 방향성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며, 사업 외연 확대를 모색했다.
이달 들어서는 세 차례 현장 경영, 다섯 차례 사장단 간담회 일정을 소화했다. 지난 15일에는 반도체(DS부문)와 제품(SET부문) 사장단과 릴레이 간담회를 열었고, 나흘 뒤에는 경기도 화성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소’를 찾아 미래 전략을 점검했다. 또다시 나흘 후에는 광주 생활가전 사업부를 찾았다.
이달 24일에는 인공지능(AI) 분야 최고 석학인 세바스찬 승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를 삼성 리서치 소장(사장)으로 내정하며 인재 확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특히, 이 부회장의 준법 경영 및 사회적 책임 행보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 체제에 들어서서 반도체 백혈병 문제, 삼성전자서비스 직접고용, 무노조 경영 탈피 등 오랜 난제에 대해 전향적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이 부회장이 준법 경영 의지를 확고하게 밝힌 만큼 향후 준법감시위의 활동에도 힘이 더욱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준법감시위는 이 부회장에게 경영권 승계, 노동, 시민사회 소통과 관련해 반성과 사과를 하고, 재발방지를 국민에게 공표하라고 권고했고, 이 부회장은 5월 대국민 사과를 통해 “준법은 결코 타협할 수 없는 가치”라며 “저부터 준법을 거듭 다짐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와 함께 삼성 7개 계열사는 준법경영 관련 실천 방안을 준법감시위에 보고했고, 이에 대해 준법감시위는 “진전된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논평했다. 준법감시위를 큰 축으로 삼성의 준법 경영 틀이 갖춰져 가고 있다는 평가다.
재계 관계자는 “준법감시위가 현재까지 삼성의 준법 경영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힘을 쏟아 왔다”며 “앞으로는 신고·제보가 어떻게 후속 조치로 이어지는지가 준법 경영 시스템 작동 여부의 평가 잣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