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한두 번 들어봤을 말이다. 사람의 마음을 쉽게 생각하고 뱉는 말이나 행동, 상대방의 진정성을 이용해 감정의 우위에 있는 사람이 주로 범하는 실수다. 반대로 마음을 휘둘린 상대방은 관계가 주는 가벼움에 쓰린 속을 달래야 한다. 상대를 더 많이 생각해서 자신의 마음이 볼모로 잡혀 있기 때문에 분노보다는 씁쓸한 여운만 남는다. 최근 시중은행들이 앞다퉈 출시한 고금리 적금 상품들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신한금융의 ‘신한플러스 멤버십 적금’은 최고 금리가 연 8.3%라고 홍보한다. 하지만 기본금리는 연 1.2%, 우대금리(연 0.6%)를 포함해 최대 연 1.8% 정도의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우대금리는 적금에 대한 자동이체 연결(연 0.3%), 최근 3개월간 적금을 보유하지 않은 고객(연 0.3%)일 경우에만 적용된다. 적금 금리를 제외한 연 6.5% 금리는 신한금융 포인트로 제공된다. 이마저도 연 1.5% 금리 혜택은 신한플러스 멤버십에 새로 가입한 뒤 신한 체크카드를 세 달 이상 사용해야 받을 수 있다. 신한금융투자에서 주식 거래를 처음 하거나 신한생명 인터넷 보험에 가입해야 각각 연 2%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복잡하다. 이 같은 조건을 다 충족하기 전에 적금 가입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다.
SC제일은행이 삼성카드와 함께 출시한 최고 연 7% 정기적금은 연 1.6%만 실제 받을 수 있는 이자다. 나머지 연 5.4%는 삼성카드를 매달 30만 원 이상 사용할 때에만 캐시백 형태로 받을 수 있다.
기준금리가 연 0.5%인 제로 금리 시대에 시중은행들은 연 7~8%의 금융상품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0.1%가 아쉬운 소비자들로서는 솔깃한 제안이다. 하지만, 조건을 꼼꼼히 따져보면 기대감은 허무하게 사라진다. 제휴 카드 사용 실적이 터무니없이 높다거나 금리를 포인트로 지급하는 등 우대 조건이 까다롭고 번거롭다. 고금리에 대한 소비자 기대감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꼼수를 쓴 것이다.
은행은 예나 지금이나 서민의 든든한 버팀목임을 강조한다. 자본이라는 우월적 무기를 이용해 소비자의 마음을 이용하는 마케팅 대신 어려울 때 힘이 되는 진정성 있는 금융상품을 내놓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