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핀테크 기업 ‘와이어카드(Wirecard)’가 회계 부정 논란에 휩싸이면서 주가가 이틀 새 80% 가까이 곤두박질쳤다.
2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와이어카드 주가는 18일 61.82% 폭락한 데 이어 19일에도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이틀 새 80% 가까이 빠졌다. 100유로를 넘나들던 주가는 4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앞서 다국적 회계법인 언스트앤영(EY)이 와이어카드에 대한 회계 감사 결과, 거액의 자금 소재가 불명확하다고 발표한 후 벌어진 일이다. EY는 성명을 통해 “대차대조표상 신탁계좌에 있어야 할 19억 유로(약 2조6000억 원)가 비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감사인을 속이기 위해 고의로 잔액이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19억 유로는 이 회사가 보유한 현금 잔액의 4분의 1로 대차대조표상 약 25%가 증발한 것이다.
와이어카드는 “이 돈은 투자등급 은행에 보관돼 있으며 신뢰할 만한 수탁자가 관리하고 있다”며 회계 부정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마커스 브라운 와이어카드 최고경영자(CEO)는 “현재로서는 부정 거래가 발생했는지 불분명하다”면서 “우리가 희생자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브라운 CEO는 이날 사임했다.
독일 뮌헨에 본사를 둔 와이어카드는 1999년 설립됐다. 전 세계 기업을 대상으로 모바일ㆍ온라인 결제와 신용카드 발급 서비스를 제공하며,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핀테크 기업 중 하나로 주목받았다. 2018년에는 독일 블루칩 지수인 DAX30에도 편입됐다. 현재 유럽을 비롯해 아프리카, 아시아, 호주, 북미, 중남미까지 26개국에 기반을 두고 영업을 하고 있다. 사업 성장에 힘입어 지난해 한때 시가총액이 240억 유로를 넘어 독일 2위 은행 코메르츠방크를 뛰어넘기도 했다.
탄탄대로를 달리던 와이어카드의 성장세에 제동이 걸린 것은 지난해 회계 부정 의혹이 불거지면서다. 지난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와이어카드의 싱가포르 사무소가 위조 계약을 통해 수익을 부풀렸으며, 와이어카드 직원이 두바이와 아일랜드 더블린에 있는 자회사의 매출과 수익을 부풀렸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당초 이를 부인하던 와이어카드는 의혹이 계속되자 회사의 회계감사를 담당하던 EY를 통해 관련 조사를 진행했고, EY는 그 조사 결과를 이번에 밝힌 것이다.
와이어카드는 회계 부정 이슈로 지난해 실적 발표를 올 3월 이후 세 차례나 미룬 상태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 EY와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사에 돈을 빌려준 독일 은행들은 이날까지 감사 보고서가 제출되지 않으면 17억5000만 유로의 대출금을 회수하겠다는 입장이다.
독일 규제 당국도 와이어카드에 대한 조사 강도를 높이고 있다. 검찰은 회사 이사회를 시장 조작 혐의로 수사하고 있고, 연방 금융감독기관(BaFin)도 공매도에 의한 주가조작 혐의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