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추경은 이달 4일 국회에 제출됐다. 그러나 국회는 아직 추경안을 심사는커녕 열어보지도 않았다. 이번 주 처음 열린 21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해 기재부 국장급 이상 공무원들이 전원 참석했지만, 야당 의원들이 불참한 상황에서 반쪽짜리로 끝났다. 홍남기 부총리가 기본소득,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반대했다는 얘기가 이날 기재위 회의의 주요 내용이었다.
1차 추경은 제출 후 13일(3월 5일 제출, 17일 의결), 2차 추경은 제출 후 14일 만(4월 16일 제출, 29일 의결)에 국회를 통과해 코로나19 피해 및 위기극복에 쓰였다. 특히 2차 추경을 통해 지급된 긴급재난지원금은 소비 확대를 통한 내수 진작에 효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번 3차 추경안의 경우 제출한 지 이미 2주가 넘었는데 국회 원구성이 안 되며 아직 시작도 못 한 상태다.
2주 동안 심사도 하지 않는 3차 추경이라면 급하지 않다는 얘길까. 홍 부총리의 얘기를 들어보면 그렇지도 않다. 홍 부총리는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4일 국회에 제출된 3차 추경안에 대한 국회 심의가 아직 착수조차 되지 않아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간다고 올렸다.
3차 추경안은 35조3000억 원 규모다. 35조3000억 원에는 소상공인 지원, 위기기업 유동성 지원 등 135조+α의 금융지원 패키지를 위한 정부 출자ㆍ보증 지원소요 5조 원, 58만 개 일자리를 지킬 수 있는 고용유지지원금(9000억 원), 특수형태근로종사자·프리랜서·영세자영업자·무급휴직자 등 고용보험 밖 사각지대 근로자 114만 명 생활 지원을 위한 긴급고용안정지원금(1조5000억 원), 55만 개의 직접일자리 공급예산(3조6000억 원), 하반기 소비 진작ㆍ투자 활성화ㆍ수출력 견지ㆍ한국판 뉴딜 추진 등에 대한 지원예산(11조3000억 원)이 들어 있다.
3차 추경은 가뜩이나 세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적자 국채 발행이 불가피해 정부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컸다. 실제로 3차 추경으로 국가채무비율은 43.5%까지 올라간다. 상황이 급박하지 않다면 선택하지 않았을 카드다.
19대 국회는 ‘역대 최악의 식물국회’로 불렸다. 20대 국회는 ‘역대 최악의 동물국회’였다는 비아냥을 들었다. 21대 국회는 다를 줄 알았다.
국회가 놀고 있는 사이에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은 13일 만에 지급목표(114만 명)의 54% 수준인 61만 명이 신청하고 1~5월 중소기업 대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48조6000억 원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