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사장’으로 불리면서 유한회사 사원의 지위를 얻었어도 실질적으로 경영에 관여하지 못한 경우 근로자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A 씨가 보험계리법인 B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2일 밝혔다.
2003년부터 유한회사였던 B 사에서 프리랜서 형태의 보험계리사로서 근무하던 A 씨는 2005년 4월경부터 급여를 받으면서 상시출근했다. 이때부터 A 씨는 ‘부사장’으로 불렸으나 다른 보험계리사들과 다른 대우를 받지는 않았다.
A 씨는 2006년 7월 회사 지분을 획득한 뒤 2010년 3월 전부 양도했다. 회사는 2014년 주식회사로 변경됐다. 이후 A 씨는 2015년 12월까지 계리사로 근무하다 사무총장직을 거쳐 2017년 3월 퇴직했다. A 씨는 2015년 12월까지의 퇴직금을 받지 못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A 씨가 유한회사 지분을 획득한 기간은 근로자로 인정할 수 없다며 일부승소 판결했다.
반면 2심은 “부사장으로 불리며 일반 근로자가 아닌 회사의 관리자로서 근무했다고 볼 사정이 다수 존재하고, 유한회사 사원으로 회사 운영 전반에 관한 의결권을 행사했다”라며 원고패소로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A 씨가 일한 기간에 대해 모두 근로자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보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재판부는 “임원으로 등기되지 않은 채 ‘부사장’으로 불렸으나 포괄적인 권한을 위임받아 자신의 책임으로 독립적으로 업무집행을 한 것이 아니었고 보수, 처우 등에서 차별화된 우대를 받은 것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또 “유한회사 사원의 지위에 있었으나 업무집행에 관한 의사결정 등 경영권은 회장단이 행사했다”며 “원고를 비롯한 주주 사원은 운영에 관한 의사결정에 실질적으로 관여했다고 볼 아무런 자료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부사장으로 호칭하고 일정 기간 유한회사 사원의 지위에 있었으나 이는 형식적·명목적인 것에 불과하고 실질적으로는 근로자의 지위에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