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발 다한 12·16대책] 집값 상승, 돌고 돌아 강남으로

입력 2020-06-1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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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0-06-10 17:2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부르는 게 값"…GBCㆍ마이스 등 개발 호재에 매물 실종

두 달 전만 해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일대는 강남 집값 하락론 진원지였다. 지난해 21억5000만 원으로 정점을 찍었던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76㎡형은 올 4월 17억4500만 원까지 떨어졌다. 6월 양도소득세 중과(重課) 유예 기한을 앞두고 집을 싸게 내놓는 다주택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5월 들어 상황이 다시 바뀌었다. 나올 만한 급매물이 모두 거래되면서 물건이 다시 귀해졌기 때문이다. 호가도 19억8000만 원까지 올라 20억 원대 회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대치동 H공인 관계자는 “5월까지 급매물로 내놓을 만한 집은 모두 시장에 나왔다. 지금 집을 쥐고 있는 사람들은 세금 부담을 안고 가더라도 집을 싸게 팔지 않겠다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이 아파트에선 시세는 없고 호가만 있다. 물건이 충분치 않으니 말 그대로 부르는 게 값”이라고 시장 상황을 전했다.

◇다시 꿈틀대는 서울 집값

12·16 대책 이후 주춤했던 서울 강남권 집값이 다시 오르고 있다. 강북과 경기 등을 휩쓸던 집값 상승세가 돌고 돌아 다시 강남으로 향하고 있다.

송파구 잠실동 상황도 대치동과 비슷하다. 이 지역 재건축 ‘대어’로 꼽히는 잠실주공5단지 전용 82㎡형은 이달 23억5000만 원에 팔렸다. 올 들어 최고가다. 급매물이 한참 나오던 지난달 19억5000만 원대에도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4억 원 가까이 차이 난다. 매물이 귀해진 데다 잠실 스포츠ㆍ마이스(MICE) 산업단지 개발 계획이 가시화하면서 수혜 기대감이 커지고 있어서다. 올해 신고가 소식이 전해지자 그나마 집을 내놨던 집주인들도 24억~25억 원대까지 가격을 높여 부르고 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주 서초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조사보다 0.01% 올랐다. 집값이 내리기 시작한 3월 셋째 주 이후 10주 만의 반등이다. 송파구에서도 아파트값이 9주 만에 하락세를 멈추고 0.01% 반등했다. 강남구 아파트값 역시 지난주부터 보합세로 전환했다.

반등 움직임은 일반아파트보다는 재건축아파트에서 더 뚜렷하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주 강남3구 재건축 아파트값은 0.01%~0.03% 상승했다. 일반아파트 가격 상승률과 같거나 웃돈다. 재건축 아파트는 주택시장 심리를 읽을 수 있는 지표 가운데 하나다. 상대적으로 투자용 구매가 많아 규제나 시장 동향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매도자 우위로 기울어진 시장 판도

강남 아파트시장 판도는 매도자 쪽으로 기우는 모양새다. 강남구 도곡동 M공인 관계자는 “급한 매물은 이미 지난달까지 다 나갔다. 지금은 원하는 가격에 못 팔 바에 아파트를 계속 보유하고 있겠다는 집주인이 다수”라고 말했다. 종합부동산세 세율 인상이 내년으로 미뤄진 데다 이낙연 전(前) 국무총리 등 여권 유력 인사까지 보유세 부담 경감론을 거들고 있다는 점도 믿을 구석이다.

수요도 점점 탄탄해지고 있다. 잠실 마이스 산업단지 조성사업과 강남구 삼성동 ‘현대자동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착공 등 강남권 초대형 개발사업에 점차 속도가 붙고 있어서다. 급매물 소진 이후 반등 조짐도 수요자들 조바심을 부추긴다.

그럼에도 대출 규제는 여전히 큰 부담이다. 부동산114는 지난해 기준 강남3구 주택 가운데 84.2%가 대출 규제 대상인 시가 9억 원을 넘는 것으로 추산한다. 현금 조달 능력이 충분하지 않고선 강남 아파트를 마련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다만 최근 전셋값이 빠르게 오르면서 대출 규제로 막힌 돈줄을 매매-전셋값 갭이 점차 대신하고 있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사면 자금 마련 부담을 줄일 수 있어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사상 최저 금리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세 차례에 걸친 추경으로 시중에 유동성이 워낙 많이 공급되고 있다”며 “집값 안정세를 지키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가을 이사철인 9월까지는 강남권에서 집값 보합세가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하반기 코로나19로 인해 경기가 악화되면 집값이 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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