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이주열 한은 총재는 28일 기준금리 결정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번 금리인하로 기준금리가 실효하한 수준에 상당히 가까워졌다 볼 수 있다”며 “자본유출 측면에서만 본다면 미국 등 주요 선진국 국가보다는 우리나라의 경우 실효하한이 그것보다는 좀 높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미 연준이 금리를 마이너스 수준으로까지 내린다든가 하면 실효하한도 달라질 수 있다”며 “그만큼 우리의 정책 여력도 늘어나는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입장은 한은이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 직후 내놓는 통화정책방향 문구에도 담겨있다. 종합판단에서 ‘완화정도의 조정 여부’를 삭제한 것이다. 이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이 시작됐던 초기인 지난해 8월부터 올 4월까지 3월 임시 금통위를 제외한 통방문구에 삽입됐었던 문구다.
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한은 총재가 실효하한을 두고 여전히 여력은 있다는 뉘앙스로 발언함에 따라 추가인하 기대 자체는 소멸되지 않았다. 그러나 통방문구 결정문에서 완화정도의 조정 여부라는 문구를 삭제하는 등 인하 신중성은 높아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김명실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한국 실효금리 하한은 0.60% 내외로 추정된다. 연준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을 전제하지 않는다면 추가 인하는 당연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봤다.
앞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한은은 총 3조 원 규모의 국고채 단순매입을 단행한 바 있다. 각각 시장안정용과 금융사 채권매수 여력 확충용을 명분으로 각각 1조5000억 원씩을 매입했었다.
국고채 단순매입이란 한은이 유통시장에서 국고채를 매입하는 것을 말한다. 한은이 매입하면 만기까지 보유한다는 점에서 그만큼 시장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앞서 한은은 6~7월 중 국고채 단순매입을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한은이 국고채 단순매입으로 1조3500억 원어치를 보유 중인 국고채 10-3종목(2010년 3번째 지표물)이 6월 10일 만기도래하기 때문이다. 한은은 평상시에도 환매조건부채권(RP) 매매를 위한 담보채권 확보를 위해 일정 수준 이상의 국고채를 단순매입해 왔었다.
다만, 국고채 단순매입 규모를 확정하고 매입시기를 정례화하는 등 채권시장을 중심으로 기대했던 조치는 없을 전망이다. 아울러 발행시장을 통한 직매입은 선을 분명히 했다. 이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국고채 단순매입은 시장불안에 대응해서 시장안정화 차원에서 취한 조치”라며 “선진국 중앙은행이 취한바 있는 대규모 양적완화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발행시장에서의 매입이라든가 직접 인수는 대부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만약 그렇게 되면, 재정확충 여력이 부족한 것으로 인식되면서 재정건전성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지게 되고, 정부부채의 화폐화 논란을 초래할 소지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은의 국고채 단순매입이 10조 원 전후가 될 것으로 봤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불확실성은 많지만 3차 추경이 30조 원 중반대라고 가정한다면 한은의 적정 단순매입 규모는 10조 원 전후로 추정된다”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