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新냉전, 환율전쟁으로 번지나...위안화, 달러당 12년 만에 최저

입력 2020-05-25 14:25 수정 2020-05-25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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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불거진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홍콩 국가보안법 문제로도 번지면서 시장에 새로운 불안의 씨앗이 싹트고 있다. 미·중의 갈등이 무역에서 전염병, 자본, 인권 등으로 옮겨가면서 중국 위안화 가치가 12년 만의 최저치로 하락, 미·중 환율전쟁의 포문이 열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5일 중국 인민은행은 달러 대비 위안화 기준환율을 7.1209위안으로 고시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2월 이후 약 12년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홍콩 국가보안법 문제와 코로나19 책임론을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한층 격해질 것이라는 우려로 위안화 약세가 가팔라지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중국 당국이 미·중 무역 갈등을 의식해 한동안 의도적으로 위안화 약세를 억제했지만, 최근에는 그런 노력을 하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위안화 약세를 싫어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견제와 자국의 수출 촉진을 지지할 목적에서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작년 가을에는 뛰어넘지 못했던 저항선인 ‘달러당 7.2위안’을 돌파할 것인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중 간 새로운 전쟁의 본격적인 포문은 사실상 미국이 먼저 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 상원은 20일 미국에 상장하는 외국 기업에 경영의 투명성을 요구하는 ‘외국기업책임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에 따르면 외국 정부의 지배 하에 있지 않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하고, 미국 규제 당국으로부터 의무적으로 회계 감사도 받아야 한다. 3년간 이를 거부한 경우에는 상장이 폐지될 수도 있다.

법안은 중국을 정확히 지명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현재 알리바바그룹이나 바이두, 텐센트 등은 미국에 상장하고 있는데, 이들 기업이 중국 공산당의 지배를 받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입증하지 못하면 상장이 폐지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중국도 수수방관만 하진 않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4월 27일 자신이 직접 이끄는 ‘중앙전면심화개혁위원회’를 소집, ‘포스트 코로나’를 염두에 두고 의료체제 정비 등 다양한 과제 등을 지적했다. 가장 주목을 끈 건 자본시장의 기능 강화와 혁신을 더 강력하게 추진키로 한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선전증권거래소의 ‘창업판’과 상하이증권거래소의 ‘과창판’이라는 벤처기업 위주 시장의 상장제도 개혁과 투명성 제고를 추진하고, 이른바 ‘GAFA(구글 지주회사 알파벳, 아마존닷컴, 페이스북, 애플)’를 뛰어넘을 방안을 지시했다.

이런 가운데 홍콩 사태가 또 터진 것이다. 22일 전국인민대표대회 개막식에서 공개된 초안에 따르면 홍콩 국가보안법은 외국 세력의 홍콩 내정 개입과 국가 분열, 국가 정권 전복, 테러리즘 활동 등을 처벌하고 홍콩 시민에 대한 국가안보 교육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은 중국이 이 법을 그대로 제정할 경우, 홍콩에 대한 경제·통상 분야 특별지위 박탈 가능성 등 강력한 보복 조치를 예고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내정”이라며 그 어떤 외부 세력의 개입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놨다.

싱가포르에 있는 코메르츠방크의 저우 하오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은 위안화가 달러당 7.2위안을 넘을 지 테스트할 것”이라며 “트럼프가 중국의 홍콩 문제 대응을 지켜보는 동안 위안화의 변동성은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달러 가치도 3월 하순을 정점으로 계속 하향 곡선을 그리는 상황. 달러와 위안 모두 약세를 보이면서 양국 간 갈등이 환율전쟁으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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