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으로 고용의 질이 낮아진 가운데 '철밥통'으로 불리는 남자 은행원이 한달에 1000만 원 넘게 번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ㆍKB국민ㆍ하나ㆍ우리 등 4대 주요 은행의 1분기 남 행원 평균임금은 3375만 원을 기록했다. 한 달에 1125만 원을 번 셈이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월 800만 원)나 현대자동차(730만 원) 직원보다 더 받았다.
같은 곳에서 일하지만 모두가 1000만 원대 월급을 받는 건 아니다. 1분기 여 행원의 월평균 월급은 760만 원이었다. 남자 직원의 3분의 2수준이다.
이런 은행원의 고액 연봉은 연공서열식 호봉제 때문이다. 직무 능력에 상관없이 근속연수에 따라 월급이 쌓인다. 통상 15년 이상 차장급이 되면 억대 연봉자가 된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업종 인력 12만5000여명 중 35%가 1억 원 이상의 급여를 받았다.
조직 구성원의 나이가 점점 많아지고 있는 점도 주요인이다. 2010년에는 50대 이상 인력 비중이 100명 중 8명(7.6%)도 채 안 됐지만, 이제는 15명(15.3%)이 넘는다. 반면 피라미드형 조직의 하부를 담당하는 20대(22.7%→14.1%)와 30대(41.4%→37.7%)는 크게 줄었다.
이 때문에 임금개편에 속도를 내는 정부가 올 초 은행권 호봉제를 뜯어고치려고 했지만, 노조의 극심한 반대에 가로막혀 무산됐다. 5년 전 박근혜 정부 때와 똑같다.
그런데 최근 정부가 '공공기관 보수체계 개편 협의회'를 열며 호봉제 폐지를 재차 압박하자 노조가 "노정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개편하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과 이달 두 차례에 걸쳐 협의회를 열고 공공기관의 △임금체계 개편의 과정과 방법 △직무급의 구체적인 비율 △인센티브 등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저금리ㆍ저성장ㆍ고령화 속에서 은행 수익성을 확보하려면, 인건비 통제가 시급하다고 조언한다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저금리ㆍ저성장으로 수익기반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은행들은 지금까지 희망퇴직 등으로 인건비를 줄여왔다"며 "직원 내보내 곳간 채운다는 사회적 비판이 뒤따르는 데다, 신입 직원, 인턴 등을 다시 뽑아야 하므로 비용통제 효과도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외는 전문인력 채용을 통해 높은 수익을 창출하는 고비용·고수익 구조가 정착돼 있다"며 "우리도 개인별 평가를 통한 연봉제나 지점장을 매니저 역할에 한정하는 등의 직무 재분류 방안 등을 고려해볼 만 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