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계 이탈리아 자동차회사 피아트크라이슬러(FCA)와 프랑스 대표 자동차기업 PSA가 작년 10월에 합의한 합병안이 코로나19 여파로 삐걱대고 있다.
애초 올 연말이나 내년 초까지 합병을 마무리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로 양사의 재무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지면서 합병안 조건을 충족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져서다.
지난해 FCA와 PSA는 급변하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합병을 통해 시너지를 내기로 합의했다. 이에 50대 50 지분을 나눠 갖는 합작법인을 설립, 양사를 합병하기로 했다.
이 계약의 일환으로 두 회사는 주주배당을 실시키로 했다. 합병 조건에 따라 FCA는 주주에게 55억 유로(약 7조 2915억 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하고, PSA는 자동차 부품회사인 포레시아의 주식을 매각해 30억 유로의 자금을 주주들에게 배당할 계획이었다.
또 이와 별도로 양사는 2019년 보통주 배당금으로 11억 유로를 연내 지급키로 했는데 코로나19 사태 발발로 모든 게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유럽과 미국에서 자동차 수요가 증발하면서 현금 고갈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자동차 수요가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는 시점을 종잡을 수 없을 만큼 시장 상황이 어렵다고 평가한다. 이에 코로나발 불황에 양사는 현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로 FCA는 1분기 신차 판매 대수가 전년 동기 대비 21% 감소한 81만8000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1분기 실적도 급락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 감소한 205억6700만 유로로 나타났다. 당기순손익은 적자 전환했다. 당기순손실 규모는 16억9400만 유로에 달한다.
자동차 시장 사정이 악화하면서 포레시아 지분 가치도 지난해 12월 시점에 30억 유로 이상이었으나 현재 20억 달러로 떨어진 상태다.
이에 소시에테제네랄 애널리스트들은 “당초 제시한 조건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합병이 틀어질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합병 무산에 대해 양사는 모두 부인한 상태이며, 현금 확보를 위해 주주총회를 6월 말로 연기한 상태다.
한편, FCA와 PSA의 합병은 폭스바겐, 도요타, 르노-닛산-미쓰비시에 이은 세계 4위 자동차 기업 탄생으로 주목을 받았다. 2018년 기준 FCA와 PSA의 판매 대수는 각각 465만 대, 388만 대로 합병에 성공하면 총 853만 대에 달하는 자동차 공룡 기업이 탄생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