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독일 헌재는 이날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각국 국채를 매입하는 ECB의 양적완화 정책이 일부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문제가 된 것은 ECB의 공공채권매입프로그램(Public Sector Purchase Programme·PSPP)이다.
이번 판결에 대해 헌법재판관 중 찬성이 7명, 반대가 1명이었다.
헌재는 판결문에서 “PSPP가 정부를 대상으로 직접적인 자금 지원을 금지하는 ECB 정책기조에 위배된다는 직접 증거는 없지만 독일 정부와 의회의 관여없이 정책이 결정되고 진행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ECB는 앞으로 3개월 이내 PSPP의 정당성을 입증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가 실시하는 국채 매입이 취소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7500억 유로(약 992조 원) 규모의 새로운 팬데믹긴급매입프로그램(PEPP)은 이번 판결 대상에서 제외돼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기존 양적완화 정책 일부에 위헌 판결이 내려지면서 ECB의 위기 대응이 악영향을 받게 됐다고 블룸버그는 평가했다. ECB가 PSP로 지금까지 매입한 채권은 2조 유로 이상이며 분데스방크가 이 프로그램과 관련해 가장 많은 채권을 매입해왔다.
ECB는 지난 2015년 논란이 많은 PSPP에 착수했으며 그 때 이후로 독일 헌재는 이 프로그램에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독일 경제학자와 법학자 등 2000명에 가까운 집단이 적법성을 물어 2015년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독일 헌재는 2017년 유럽사법재판소(ECJ)에 ECB의 재량권을 제한하는 잠정 판결을 내릴 것을 요청했다. ECJ는 2018년 12월 PSPP가 규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독일 헌재는 계속 재판을 진행해 이날 자체적인 결론을 내린 것이다.
포지티브머니유럽의 스타니슬라스 조단 대표는 “이날 판결 이후로 유럽연합(EU) 법에 대한 ECB의 창의적인 해석을 바탕으로 유로존이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것이 힘들어졌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공익을 위해 ECB가 자금조달 능력을 발휘하도록 독소적인 법적 요소를 영원히 종식시키기 위해 EU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비판들에 대해 안드레아스 보스쿨레 독일 헌법재판소장은 “이번 판결은 자체적으로 조치를 면밀히 검토하고 이를 문서화해야 하는 ECB의 의무에 관한 것일 뿐”이라며 “ECB 행동은 어떤 식으로든 차단되지 않는다. 단지 행동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관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소송 제기자 중 한 명인 법학자 피터 가우와일러는 “ECB가 폐쇄적인 결정을 내리는 대신 서면으로 우리 모두에게 자신이 어떻게 결정을 내리는지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