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유가를 경험하며 정유사들이 실적 쇼크에 빠진 가운데 전 세계 석유 저장시설이 유가의 방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지시간으로 4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3.1% 상승한 20.39달러에 거래를 마쳐 2주만에 20달러선을 회복했다.
5일 외신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석유 저장시설의 부족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유가가 또 다시 마이너스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플래츠(Platts) 분석가들은 5월 미국의 상업용 석유 저장시설(육상 및 해상)이 소진되는 ‘탱크톱(Tank Tops)’ 상황이 예상됨에 따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6월물과 7월물에서도 마이너스 유가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앞서 WTI는 미국 석유 저장시설 고갈 이슈로 지난달 20일 역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유가인 배럴당 -37.63달러를 기록했으며, 저장시설 부족 문제가 부각되면서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
국제유가가 마이너스 수준까지 급락하면서 국내 정유사들이 직격탄을 맞은 상황이다.
에쓰오일(S-OIL), 현대오일뱅크는 유가 하락에 따른 대규모 재고 관련 손실과 정제마진 약세로 올 1분기에만 각각 1조73억 원, 5632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등 다른 정유사들 역시 비슷한 사정으로, 정유 4사의 영업적자는 최대 4조 원에 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석유 저장시설의 부족이라는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와 마이너스 유가가 되풀이된다면 정유사 입장에서도 실적에 또다시 부정적인 영향을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석유 공급과잉 상황이 해소된다면 저장시설이 부족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잉 공급만 지속되지 않는다면 탱크톱 상황까진 가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며 "당분간 변동성은 상당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이 이달 감산에 돌입했고 미국과 캐나다 등 다른 산유국 역시 생산량을 줄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또한, 미국 에너지정보청(EIA)가 충분한 원유 저장 공간을 가지고 있다고 밝힌 점도 탱크톱 우려를 불식시키고 있다. EIA는 4월 말 기준 미국 원유 저장고는 61% 차 있어 추가적인 저장 능력이 충분하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최근 글로벌 원유 시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봉쇄 조치를 단행했던 주요 소비국들이 일부 경제활동을 재개하면서 글로벌 원유 시장이 바닥을 찍었다는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최대 석유 소비국인 미국의 휘발유 재고가 5주 만에 감소했으며, 최근까지 가파른 하락세를 나타낸 미국 정유시설 가동률도 3월 중순 이후 67.6%에서 69.1%로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