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품 재고, 백화점ㆍ아울렛 판매 길 열렸지만…가격 책정ㆍ브랜드와의 협상 '숙제'

입력 2020-04-29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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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명품 브랜드가 면세점 외 일반 유통채널로 판매 허용할지 미지수"

(사진제공=신세계면세점)
(사진제공=신세계면세점)

면세점의 재고 물품을 백화점이나 아울렛에서 팔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코로나19로 도산 위기에 직면한 면세업계는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하며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가격 책정, 브랜드와의 협상 등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아 면세품이 일반 유통 채널에 풀리기까지는 상당 기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관세청은 6개월 이상 된 면세점 재고 물품을 백화점과 아울렛 등 국내 일반 유통채널에서 판매하는 것을 허용한다고 29일 밝혔다. 면세품이 일반 유통채널에서 판매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면세점은 수개월 전 물건을 미리 구매해 판매하는 직매입 구조로 운영되는 만큼 물건이 팔리지 않으면 그대로 재고로 남는다. 코로나19로 면세점 방문객이 80% 이상 급감했고, 매출 역시 반 토막 난 상황에서 면세업계가 떠안게 된 재고 물량은 지속해서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보면 업계 1위 롯데면세점의 재고 물량은 1조 3275억 원이었고, 최근 6개월간 쌓인 재고만 해도 4000억 원에 달한다. 신라면세점은 지난해 말 기준 8493억 원, 신세계면세점은 6369억 원의 재고 물량을 보유하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에 따르면 최근 재고 물량은 전년 대비 50% 이상을 기록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시작부터 시나리오를 세워 물량을 조절했지만, 여름 시즌 재고까지는 어떻게 감당하겠지만 이후 입고 물량을 적재할 곳이 없어 비상이다. 물류센터 가동률도 60% 이하로 떨어졌다”라고 말했다.

이번 관세청 결정으로 면세업계는 일반 유통채널로 재고 물량을 처리할 수 있게 됐지만, 관세청이 이를 허용한 사례가 처음인 만큼 가격 책정 기준이 없어 기준 마련에 수일이 걸릴 것으로 업계는 내다본다. 일반 유통 채널에서 판매될 면세점 재고 물품은 정식 수입통관 절차를 거쳐 유통돼 면세 가격으로 판매할 수 없고, 재고 물품의 감가상각률을 반영해 가격을 책정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별도의 기준이 없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가 보유한 면세품이 관세청에서 수입통관 절차를 거치면 세금이 붙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 6개월 이상 지난 물품이라 상품 가치가 떨어진 만큼 감가상각을 반영해야 하는데 이 또한 기준이 없다. 그런 기준을 잡기까지 1~2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관세청은 '관세법 제30조'의 과세가격 결정 방법에 따라 거래가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과세가격을 정할 방침이다.

그렇다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큰 폭의 할인 정책을 쓸 수도 없는 노릇이다. 브랜드별로 할인 정책을 협상해야 하는데 특히 명품 브랜드의 경우 면세점 판매를 조건으로 거래한 만큼 일반 유통 채널 판매를 허용할지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는 “명품 브랜드는 국가별, 지역별 유통 정책이 다 다른 만큼 이번 일반 유통 채널로의 판매가 쉽지 않으리라 예상한다. 우리로서는 명품 브랜드를 큰 폭으로 판매해 재고를 없애고 싶은데 브랜드에서 꺼리면 방법이 없다. 브랜드는 앞으로 계속 협력해야 할 대상인 만큼 브랜드 의사를 따를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백화점, 아웃렛 등 현재 거론되는 일반 유통 채널로의 판매도 장담할 수 없다. 백화점의 경우 재고품을 신상품과 함께 판매하는 걸 꺼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이나 아웃렛은 각 브랜드가 매장에 들어와 영업하는 형태인데 그들이 왜 굳이 6개월 묵은 면세품을 구매해 판매하려 하겠는가. 유통 채널마다 이해관계가 서로 다 다르기 때문에 판매 장소에 대한 것도 협의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백화점이나 아웃렛이 받아주지 않으면 별도의 공간을 마련해 판매하는 방법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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