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간산업·고용안정 85조 지원, 속도가 관건

입력 2020-04-22 17:56 수정 2020-04-23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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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코로나19 사태로 위기를 맞은 기간산업 보호와 고용 유지를 위해 모두 85조 원 규모를 추가 지원하는 대책을 내놨다. 우선 40조 원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긴급 조성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청와대에서 5차 비상경제회의를 주재하고 이같이 밝혔다. 경제와 고용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항공·자동차·정유·해운·조선·기계분야 등의 기업들을 살리겠다는 의지다. 문 대통령은 이 같은 비상대책에 필요한 3차 추가경정예산안의 신속한 편성과 입법을 정부에 주문했다.

이날 비상경제회의는 또 지난 1·2차 회의에서 결정한 100조 원의 금융조치에 35조 원을 더해 소상공인 지원을 늘리고, 기업들의 회사채 매입을 확대하며, 신용도 낮은 기업에 유동성을 공급키로 했다. 긴급 고용안정대책에도 10조 원을 별도로 투입해 이미 현실화한 실업 대란(大亂)에 대처키로 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범국가적 차원에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대규모 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관계 부처들이 ‘한국판 뉴딜’을 위한 기획단을 신속히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기업에 대한 지원방식도 일시적 유동성 공급을 넘어 출자나 지급보증 등 가능한 수단이 모두 동원된다. 그러나 지원받는 기업에는 상응한 의무가 부과된다. 문 대통령은 고용총량 유지, 자구노력, 이익공유 등과, 임직원 보수 및 주주배당 제한, 자사주 취득 금지 등 도덕적 해이를 차단하는 조치를 언급했다. 고용 안정이 전제돼야 지원에 나서겠다는 얘기다.

정부가 기간산업 붕괴와 대량 실업의 절박한 위기 인식을 바탕으로 총력 대응의 의지를 강조한 것은 다행스럽다. 코로나19로 소비가 냉각되면서 내수산업과 자영업·소상공인들이 이미 무너지고 있는 데 이어, 글로벌 수요의 급격한 감소로 수출마저 최악의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 나라 경제를 지탱하는 핵심 주력산업까지 바닥으로 가라앉는 양상이다. 유동성이 고갈된 기업들도 속출하고 있다.

국제선 운항이 거의 중단된 항공사를 비롯, 정제마진 악화에 유가 폭락의 충격이 겹친 정유업계, 수주절벽 상태인 조선산업, 수요가 계속 줄고 있는 자동차와 철강, 물동량 감소와 운임하락의 직격탄을 맞은 해운 등 지금 한계상황에 몰리지 않은 산업이 없다. 전후방의 다른 업종에 미치는 파장도 크다. 기간산업 위기는 경제의 뿌리를 흔들고 고용에도 심대한 충격을 가져온다.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이 자국 기간산업을 일단 살려놓고 보자면서 막대한 규모의 재정·금융지원 프로그램 가동에 나선 이유다.

무엇보다 비상대책의 집행 속도를 높여 최대한 많은 기업들을 살려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수많은 기업들이 이미 하루를 버티기 힘든 벼랑 끝에 서 있다. 정부 지원계획이 당장 구체화되고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런저런 이유로 시간을 끌면 돈만 쏟아붓고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실패로 끝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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