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국제유가가 대폭락이다. 바닥이라고 생각하면 더 아래로 내리꽂으면서 매수세 자체가 사라져 전형적인 투매 장세를 연출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국제유가가 10달러 선까지 위협하는 상황이 나오자 국내 휘발윳값도 12년 만에 처음으로 1200원대까지 떨어졌다.
2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 인도분 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43.4%(8.86달러) 하락한 11.5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배럴당 20달러에서 11달러로 ‘반 토막’이 됐다. 특히 장중 70% 가까이 밀리면서 6.50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국제유가가 폭락하자 이를 반영한 국내 휘발윳값도 1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국에서 기름값이 가장 비싼 서울에서도 ℓ당 1100원대 주요소가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22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현재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ℓ당 1297.73원으로 전일보다 3.89원 떨어졌다.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이 1300원을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08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전국 최고가 지역인 서울 휘발유 가격도 ℓ당 1389원을 기록해 1400원 선마저 무너졌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전날보다 3.88원 떨어진 ℓ당 1108.03원을 기록했다. 1000원대 진입이 코앞이다. 1000원 아래로 떨어진 주유소도 나오고 있다. 이날 충북 음성의 한 주유소는 경유 가격을 975원에, 대구 북구 소재 주유소는 969원으로 판매했다.
국내 휘발윳값은 3달 넘게 하락 중이다. 올해 들어 최고점인 1월 4일 1571원에서 4월 3일 1372원으로 200원가량 떨어진 후 불과 20일 만에 1300원대마저 무너졌다.
업계는 당분간 국내 기름값 반등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국내 휘발윳값과 연동되는 싱가포르 현물시장 가격의 변동이 있더라도 한국 내 가격에 반영되기까지는 통상 2∼3주의 시차가 있기 때문이다. 즉 현재 한국 내 휘발유 가격은 2∼3주 전 싱가포르 시장 가격이 반영된 것이다.
다만 휘발유와 마찬가지로 경유에도 덕지덕지 붙은 세금이 무려 리터(ℓ)당 600원이 넘어 주유소 평균 판매가격이 1000원 밑으로 떨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