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던 증권사 부동산 사업이 자금경색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대규모 채무보증까지 껴안으면서 재무 건전성에도 빨간불이 커졌다.
20일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분기 기준 국내 증권사들의 부동산 파이낸싱프로젝트(PF) 채무보증 규모는 15조 원에 달한다. 자기자본 대비 29% 수준이다. 최근 해외증시 폭락으로 수 조원대 주가연계증권(ELS) 마진콜(추가 증거금 납부 요구)까지 겹치면서 증권사들의 자금경색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부동산 PF는 건설사가 사업을 시행할 때 사업권을 담보로 금융사에서 돈을 빌리는 방식이다. 증권사들은 건설사 대출 채권을 담보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를 찍어 지급보증을 서고 수수료를 챙겼다. 그러나 부동산 침체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지난달에만 건설사 36곳이 문을 닫았고, 이들의 ABCP를 증권사들이 직접 매입해야하는 처지에 놓였다.
강승건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증권사들의 부동산PF ABCP 차환과 이로 인한 단기 유동성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며 “동시에 코로나19로 1분기 IB(투자은행) 실적도 악화되고 있는데 2분기 신규 딜도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 해외부동산의 셀다운(재매각)도 어려움을 겪으면서 미매각 물량이 쌓이고 있다. 팬데믹 여파로 미국과 유럽에서 영업을 중단하거나 매장을 폐쇄하는 곳이 속속 등장했다. 특히 현지 부동산에 투자한 증권사와 관련 해외부동산 펀드들의 손실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증권사들의 무리한 부동산 투자와 안일한 리스크 대응이 사태를 키웠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부동산 시장 침체가 가속화하면서 증권사들의 PF 관련 대규모 손실 가능성이 끊임없이 제기됐었다”며 “눈앞의 이익만 보고 뛰어든 증권사들이 많은데 당시 책임자들은 보상으로 임원으로 승진까지 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행이 직접 증권사에 대출까지 해줄 정도면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은행의 증권사 직접 대출로 증권사들은 급한 불은 꺼졌지만 근본적인 해결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증권업계 유동성 관련 우려는 다소 완화됐지만 우량등급(AA- 이상) 회사채로 한정된 만큼 즉각적인 실효성은 크지 않을 수 있다”며 “증권사 대출 경로가 늘어나면서 단기 유동성 안전판이 확보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