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폭락 쇼크...아시아 최대 석유거래 중개업체 힌레옹 파산

입력 2020-04-20 14:36 수정 2020-04-20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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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50억 원 순손실 은폐…자수성가 성공신화 림운쿠인 창업자 몰락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유가 하락 충격에 아시아 최대 석유거래 중개업체 힌레옹트레이딩(Hin Leong Trading)이 파산에 이르게 됐다.

힌레옹은 천문학적인 채무에 대한 모라토리엄(지불유예)을 요청한 것은 물론 창업자인 림운쿠인 회장이 수년간 석유 선물거래와 관련해 8억 달러(약 9750억 원) 손실을 은폐한 것이 뒤늦게 발각돼 몰락하게 됐다고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힌레옹은 지난 17일 싱가포르 고등법원에 23개 채권단에 빚진 38억5000만 달러의 부채에 대해 상환을 6개월간 연기할 수 있게 해달라는 모라토리엄 신청 진술서를 제출했다.

힌레옹은 진술서에서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이 원유 수요에 막대한 충격을 주어 국제유가가 폭락하면서 힌레옹의 비용이 치솟았다”고 모라토리엄 신청 이유를 설명했다.

여기에 창업자의 외아들인 린치멍은 17일 서신에서 “힌레옹이 선물 거래를 하면서 생긴 8억 달러의 손실을 은폐했다”며 “또 은행 대출 담보로 잡혀 있던 수백만 배럴의 정제유 제품도 팔아치웠다”고 털어놨다. 그는 “손실이 수년간 잡히지 않은 이유를 전혀 모르겠다”며 “아버지는 힌레옹 재무팀에 이를 빼놓을 것을 지시했다”고 책임을 회피했다.

힌레옹과 물류 자회사인 오션탱커스 모두 법원에 모라토리엄 신청과 동시에 파산보호도 요청한 상태다. 두 회사 모두 림운쿠인 일가가 단독 보유한 상태다.

힌레옹은 경영난에 빠진 것은 물론 회계 부정까지 저지르면서 회생이 사실상 힘든 상태라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회사가 실제로 보유한 석유 재고와 장부상 수치가 크게 달라 주채권 은행들도 막대한 손실에 직면하게 됐다고 경고했다.

힌레옹의 운명은 스위스 제네바, 영국 런던, 미국 휴스턴과 더불어 세계 주요 상품 허브인 싱가포르가 처한 어려움을 보여준다. 지난 3년간 노블그룹과 애드리트레이드 등 다른 거물 상품중개업체 2곳이 붕괴한 데 이어 아시아 최대 석유중개업체인 힌레옹마저 망하게 된 것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싱가포르 트레이딩 커뮤니티는 서로 긴밀하게 얽혀 있다”며 “코로나19로 촉발된 역사적인 유가 폭락의 가장 최근 희생자가 된 힌레옹이 다른 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종을 울렸다.

림운쿠인은 자수성가로 막대한 부를 일군 싱가포르 이민자의 성공 신화 주인공 중 하나였다. ‘오케이(OK) 림’이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한 림운쿠인은 중국 푸젠성 푸톈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싱가포르로 건너온 그의 일가는 작은 어선을 갖고 있었는데, 림 회장은 자신의 어선에 필요한 디젤을 조달하면서 석유중개업에 눈을 떠 1963년, 당시 불과 20세 나이에 힌레옹을 설립했다. 5년 뒤 자사 최초의 유조선을 사들였고, 꾸준하게 사업을 확장해 아시아의 대표적 석유중개업체로 성장했다.

그러나 유가 폭락의 충격 속에 핵심 파트너였던 중국 페트로차이나가 힌레옹과의 거래 관계 중단을 선언하는 등 경영난이 심화, 결국 림운쿠인도 씁쓸한 말년을 보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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