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기이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어 생계가 막막한 가운데서도 어떤 사람들은 오히려 전보다 수입이 더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각 주(州)에서 주는 실업수당에 연방정부의 지원금 600달러가 추가되다 보니 일어난 일이다. 예를 들어 연방정부의 지급액에 주 정부 평균 지급액을 더하면 근로자의 수입은 주당 985달러가 된다. 미국 노동통계국의 산업별 평균임금에서 숙박과 음식, 오락 산업의 평균 임금이 463달러인 것을 감안하면 연방 정부에서 주는 돈은 그야말로 공돈인 셈이다.
이상한 일은 또 있다. 정부의 긴급 지원금이 죽은 사람에게까지 지급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어떤 이는 2018년 숨진 아버지 앞으로, 또 어떤 이는 몇 년 전 숨진 배우자에게까지 1200달러가 입금됐다고 했다. 그러나 정작 살아 있어도 국세청에 은행계좌 정보가 없거나 시스템 오류로 지원금을 받지 못한 사람이 수두룩하다고 한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어떻게 일어났을까. 갑작스러운 전염병의 창궐과 경제적 충격, 사회적 혼란에 정부마저 우왕좌왕하면서 앞뒤 재지 않고 ‘일단 급한 불부터 끄고 보자’는 도덕적해이(모럴해저드)가 빚어낸 참사다.
이는 정부가 모든 국민을 도덕적해이의 공범으로 만드는 것이나 다름없다. 나중에 누군가에게는 세금 폭탄으로 돌아올 것을 뻔히 알면서도 당장의 이익에 눈이 멀어 ‘공공의 이익’이라는 명분하에 살포되는 돈다발에 모두가 입을 다물고 있기 때문이다.
10여 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다른 게 바로 이 점이다. 그때는 미국 정부와 금융당국이 망하기 일보 직전이던 월가 대형 금융사와 보험사에 구제금융을 쏟아부으려 하자 반발이 거셌다. 탐욕에 눈이 멀어 고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고수익을 추구해오다 위기를 맞은 은행들의 행위를 혈세로 보상해주는 격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지금은 고인이 된 공화당 소속 짐 버닝 상원의원은 2009년 8월 벤 버냉키 당시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의 연임 여부를 결정하는 청문회에서 오죽하면 “당신은 도덕적해이라는 용어의 정의 그 자체요!”라고 호통쳤을까. 그해 12월 상원 표결에서도 그는 “버냉키의 연임을 인준하는 건 타이태닉호를 안전하게 운항하지 못해 빙산에 충돌시킨 선장에게 상을 주는 것과 같다”며 끝까지 반대했다.
이런 버닝의 호통은 9일 연준이 내놓은 2조3000억 달러 규모의 긴급 대책 속에 ‘정크본드’ 매입 계획까지 포함하면서 다시 회자되고 있다. 신용등급이 쓰레기(정크) 수준으로 추락한 회사가 발행한 채권까지 사들인다는 이 발상은 매우 위험한 것이다.
그런데도 연준의 이번 결정에 대해선 그 어디에서도 반발이 나오지 않고 있다. 심지어 연준은 최근 한 달간 코로나19 대응책을 아홉 차례나 내놓으면서 어마어마한 유동성 공급을 약속했는데도 제롬 파월 현 의장에게는 버냉키에게 붙었던 ‘헬리콥터’라는 수식어도 붙지 않는다.
연준도, 정치인도, 국민도 당국의 대규모 지원을 받는 기업들이 기존의 부실 때문인지, 코로나19 때문인지 고통의 원인을 찾는 데는 관심이 없다. 단순히 경기 침체를 완화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는 데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파월이 월가의 대형 사모펀드 칼라일그룹 출신이라는 점조차 모두가 잊은 것 같다. 앞으로 금융당국이 더한 모험도 감수할 수 있다는 의미인데 말이다.
정치인들이야 표심을 잡기 위해서라면 “1조 달러요” “2조 달러요” 부르고 풀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모든 국민이 헬리콥터에서 흩뿌려지는 혈세를 반길 것이라는 착각을 버려야 할 것이다.
만일, 미국 대선이 내일 치러진다면 트럼프가 승리할까?
이건 비단, 미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