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는 16일 자동차ㆍ철강ㆍ석유화학ㆍ기계ㆍ조선 등 5개 업종협회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산업계 대책회의를 열고 정부의 선제적이고 직ㆍ간접적인 지원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발제자로 나선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코로나19의 경제적 영향이 2분기부터는 본격화할 것”이라며 “공급 차질과 수요절벽이 겹친 부정적 수치들이 나오기 시작하면 경제주체의 불안 심리가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코로나19로 크게 타격받을 업종 중 하나로 자동차를 꼽았다.
그는 “자동차는 글로벌 공급망이 복잡하게 연계돼 있고 수요에 민감한 업종”이라며 “이번 2분기에 생산 차질과 매출타격이 본격화되면서 세계 자동차산업은 7.7% 이상 수요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후방산업인 철강도 판매량 감소와 채산성 악화가 동시 발생할 것”이라며 “석유화학도 자동차, 가전, 섬유 등 관련 제품 수요가 2분기에 급격하게 축소되는 등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관세청과 협회 등에 따르면 4월 1~10일까지 철강제품의 수출은 15% 줄었다.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상반기 36만 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이재진 한국철강협회 통상협력실장은 “코로나19와 저유가로 촉발된 경제적 위기가 보호무역조치 확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철강재 수입신고의 정확성 확보, 유통이력 관리제 확대 등을 통해 향후 예상되는 무역분쟁을 예방할 수 있는 철강 교역ㆍ유통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 밖에 참석자들은 2분기 수요절벽과 유동성 위기에 정부의 선제적 지원 대응을 주문했다.
김태년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운영위원장 전무이사는 “미국, 유럽 등 해외시장의 감염병 확산으로 4월부터 글로벌 공급망 붕괴와 수요급감 쇼크가 닥칠 것”이라며 “내수부터 살아나도록 정책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최형기 한국기계산업진흥회 상근부회장도 “통상 생산에서 수주까지 3~12개월이 소요되는 기계산업의 특성상 피해가 가시화된 후 대응하면 시기를 놓쳐버린다”며 “정부가 공공발주를 확대해 수요절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민철 한국철강협회 상근부회장은 “중국이 대규모 인프라 투자에 나섰던 2008년 금융위기 때와 달리 지금 철강산업은 전 세계적 공장가동 중단에 수요가 증발해 버팀목이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계획된 공공사업은 조기에 추진하고 20년 넘은 노후 상수도관과 열배관 교체사업을 새로 추가해 달라”고 요청했다.
아울러 기업들의 유동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에서 직ㆍ간접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병철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상근부회장은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 증대와 유가 급락으로 1분기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1.3% 감소했고, 국내 조선사의 주력 선종인 LNG선 발주는 단 2척에 불과했다”며 “선박 제작금융의 만기연장, 운전자금 공급 등 금융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김평중 한국석유화학협회 연구조사본부장은 “최근 석유화학산업은 글로벌 공급과잉과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침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긴급 과제로 ‘나프타 탄력관세 영세율 적용’을 건의했다.
김태년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운영위원장은 “자동차 부품사와 완성차 업계도 통틀어 약 33조 원의 유동성 공급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법인세ㆍ부가세ㆍ개별소비세 납부유예, 4대 보험 및 세금 납부기한 연장 등 간접적인 유동성 지원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밖에 참석자들은 △특별연장근로 대폭확대△ 유연근무제 조속개정 △탄소배출권 가격 안정화 △기존 화학물질에 대한 등록 유예기간 연장 등 애로 해소를 논의했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과거 위기 속에서 우리 경제가 그나마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주력 제조업, 기간산업이 받쳐주었기 때문”이라며 “코로나19가 주력산업의 경쟁력 훼손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한상의는 21일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IT 산업계 대책회의를, 23일에는 제약ㆍ바이오, 화장품, 의류패션 등 소비재 산업계 대책회의를 차례로 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