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그룹이 지속된 악재에 사상 최악의 실적 전망을 내놨다. 비전펀드 2호 출범도 불투명해지면서 성장 전략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13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이날 소프트뱅크는 3월 마감한 2019회계연도에 7500억 엔(약 8조4000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소프트뱅크 설립 39년 역사상 최악의 실적이다. 영업이익은 1조3500억 엔 적자로 전망했다. 2018회계연도에는 2조3539억 엔의 흑자였다.
소프트뱅크의 실적 악화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시장 환경 악화로 투자 사업을 담당하는 비전펀드 투자가치가 급감한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소프트뱅크는 비전펀드에서 약 1조8000억 엔의 투자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위워크와 원웹 등 비전펀드 이외 투자처에서도 8000억 엔의 영업 외 손실을 예상했다. 소프트뱅크그룹이 연간 기준 영업적자와 순손실을 내는 것은 15년 만이다.
손 회장은 소프트뱅크를 투자 회사로 전환하면서 2017년 설립한 10조 엔 규모의 제1호 투자펀드를 통해 세계 각지의 90여개 유망 기업에 돈을 쏟아부었다. 2018회계연도만 해도 투자 기업들의 가치가 크게 상승해 사상 최대 규모의 이익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작년 여름 이후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투자업체의 경영 악화 사례가 속출하면서다. 특히 주력 투자처이던 미국의 사무실 공유 서비스업체 위워크의 기업공개(IPO)가 무산된 게 뼈아팠다. 소프트뱅크는 경영난에 빠진 위워크를 지원하기 위해 작년 10월 애덤 뉴먼 전 위워크 최고경영자(CEO) 등으로부터 30억 달러 규모의 주식을 공개매입(TOB)하기로 했다가 최근 이 계획을 철회했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로 세계 각국이 이동을 제한하는 등 해외 여행이 사실상 금지되면서 소프트뱅크의 또 다른 투자처인 우버, 디디, 그랩 등이 심각한 타격을 입은 것도 패인으로 작용했다.
손 회장은 지난달 투자 손실에 따른 대응으로 4조5000억 엔 규모의 자산을 매각해 자사주 매입과 부채 감축에 쓰겠다고 발표했다. 그럼에도 계속되는 악재에 출범을 준비하던 10조 엔 규모의 비전펀드 2호 자금 모집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출범이 동결됐다. 이에 펀드 사업을 축으로 추진하던 성장 전략이 좌초하고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