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한 토막] 바라다와 바래다

입력 2020-04-13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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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라 편집부 교열팀 차장

“나의 바램은 모두가 잘사는 거야.” “네 꿈이 꼭 이루어지길 바래.”

일상 대화 속에서 흔히 사용하는 표현이다. 그런데 여기서 ‘바램’과 ‘바래’는 틀린 표기이다. ‘바람’과 ‘바라’라고 해야 맞다.

어떤 일이나 상태가 이루어지거나 그렇게 되었으면 하고 마음속으로 기대하는 것을 ‘바라다’라고 한다. ‘바라, 바라고, 바라서’ 등으로 활용하며 명사형은 ‘바람’이다. “부모님의 바람은 가족이 함께 사는 거야” “네가 그 일을 해내길 바라”와 같이 쓸 수 있다.

반면 바래다는 ‘사물이나 빛깔 등이 본래보다 옅어지거나 윤기가 없어지다 혹은 볕이나 습기를 받아 색이 변하다’는 뜻이다. ‘배웅하다’는 의미도 있다. ‘바래, 바래고, 바래서’ 등으로 활용하고 명사형은 ‘바램’이다. “어릴 적 찍었던 사진들은 색이 바래서 흑백사진 같았다” “어머니를 역까지 바래다 드렸다”와 같은 예문이 이에 해당한다.

이렇듯 ‘바라다’와 ‘바래다’는 뜻이 전혀 다른데, 틀린 표현을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네가 잘하길 바란다” “당신이 성공하길 바랍니다”처럼 ‘바라다’와 ‘바랍니다’와 같은 경우는 일반적으로 혼동하지 않는다. 그런데 “더이상 거짓말하지 않길 바라” “취미를 갖길 바라요”와 같이 ‘바라’ ‘바라요’는 ‘바래’ ‘바래요’로 잘못 쓰는 경우가 많다. ‘바라다’에서 파생된 명사 ‘바람’을 ‘바램’으로 잘못 쓰는 경향도 잦다.

이는 단어의 정확한 의미를 생각하지 않아 생긴 오류일 수 있다. 또 바람(風·풍)과의 혼동을 피하고자 하는 심리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언어학자나 국립국어원 관계자는 공기의 흐름을 의미하는 명사 ‘바람’이 바라다의 명사형 ‘바람’과 발음이 같아 언중이 이를 피하려는 심리가 작용했다고 설명한다. 또 바람에는 ‘외도(外道)’ 등의 부정적 뜻도 있어 오해를 사고 싶지 않아 일부러 바른 표현을 쓰지 않을 수 있다고도 말한다. “하늘을 나는 비행기”에서 ‘나는’이 말하는 사람 자신을 뜻하는 대명사 ‘나’에 조사 ‘는’이 결합한 ‘나는’과 발음이 같아 이를 피하기 위해 ‘날으는’이라고 잘못 표현하는 것과 같은 이유이다.

하지만 기본형이 ‘바라다’인 동사는 활용할 때 어떤 경우에서든 ‘바래’ ’바랬다’ ‘바램’로 쓸 수 없다. 한글맞춤법에서 모음 ‘ㅏ’로 끝난 어간에 ‘아’가 어울릴 적에는 준 대로 적는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활용형은 ‘바라’ ‘바랐다’ ‘바람’으로 써야 한다.

두 단어의 구분이 헷갈린다면 바라다는 ‘기원·희망’의 의미를 담고 있는 반면, 바래다는 ‘색이나 빛의 변화’ 또는 ‘배웅’의 의미라고 생각하면 차이를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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