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로 확산하며 자동차 업계의 부품 조달 문제가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부품 업계는 지난달 매출이 최대 30% 줄었고, 유동성 문제를 겪을 가능성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1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가 국내 완성차 5사(현대ㆍ기아ㆍ한국지엠ㆍ르노삼성ㆍ쌍용)와 부품업체 5개사를 조사한 결과 완성차 업계는 해외 공장 가동 중단과 국내 공장에서도 생산 차질을 겪고 있다.
일부 업체는 이달 이후 글로벌 부품조달에 차질이 생길 전망이라 10일 이상의 국내공장 휴업도 고려 중이라고 답했다. 또한, 유동성 악화에 대비해 임금 지급 유예나 삭감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부품 업계도 상황이 심각했다. 부품업체들은 지난달 매출이 이미 20~30% 감소했고, 이달부터는 감소 폭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공급망에 차질이 생기며 생산비용도 급증하고 있다. 특히 해외 공장을 운영 중인 업체는 신속한 부품 수급을 위해 항공 운송비가 추가로 발생하며 이달 2주차 이후부터 유동성 문제가 심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업체들은 유동성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 운영비와 출장비 등을 최소화할 계획이지만,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KAMA는 업계의 유동성 문제를 지원하기 위한 대책으로 △긴급운영자금 지원 △기업어음 인수 지원 △법인세/부가가치세/개별소비세 납부 유예 및 감면 △채권시장안정펀드 규모 확대 △P-CBO(회사채 담보부증권) 시행시기 단축 등을 제시했다.
또한, 내수 촉진 대책으로는 △공공기관 구매 상반기 집중 △자동차 취득세 70% 감면 △노후 차 세제 지원 확대 △개별소비세 70% 감면 6개월 연장 △자동차 구매액 소득공제 인정(10%)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만기 KAMA 회장은 “한국은 코로나19에 효과적으로 대응해 국내 요인으로 인한 공장 셧다운은 없지만,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으로 생산 차질과 수요위축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우리 자동차산업의 생태계도 붕괴할 위험이 있고, 특히 중소협력업체들의 줄도산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어 "공공기관 구매력을 집중적으로 실현하는 등 향후 몇 달간의 글로벌 수요 급감을 내수가 대체하도록 정부가 나서는 한편, 이미 마련한 100조 원 금융패키지에 의한 기업 유동성 공급이 현장에서 차질 없이 이뤄지도록 현장지도를 강화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