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안에서 사람과 카트가 분주히 돌아다닌다. 사람보다 턱없이 부족한 물건들. 어떤 음식인지 확인도 하지 않고 통조림을 카트에 쓸어 담는다. 그 옆에선 자주 보던 이웃 두 명이 바나나 한 봉지를 놓고 실랑이까지 벌이는데…. 다시 밖으로 나올 수 없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최대한 많은 음식을 가져가려고 한다.
이른바 '사재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은 밖으로 나올 때 안전을 담보할 수 없어서다. 이 때문에 많은 음식을 사놓고 안전이 보장될 때까지 집 안에서 버티려고 하는 것.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창궐한 요즘만의 일이 아니다. 좀비가 들끓는 세상, 밖으로 나가면 좀비에게 공격당하는 '월드워Z'의 세상도 마찬가지다.
세이버 인터랙티브가 개발한 게임 '월드워Z'의 원작인 소설은 아마존 종합 베스트셀러 1위, 전쟁 부문 50주간 1위를 기록하며 좀비물 마니아를 열광케 했다. 소설의 성공을 계기로 브래드 피트가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 역시 국내에서만 524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마침내 게임으로도 출시된 '월드워Z'를 두고 총싸움과 좀비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에픽게임즈 스토어에서 4월 3일까지 무료로 배포하고 있으니 코로나19로 답답한 마음을 좀비를 처치하면서 쾌감을 느껴도 좋을 듯싶다.
◇숨 막히는 현장감ㆍ특화된 좀비가 주는 긴장감
게임 '월드워Z'는 책보다 영화를 바탕으로 제작했다. 빠른 좀비가 쉴 새 없이 '나'를 향해 뛰어오고, '나'는 살기 위해 총을 쏜다. 좀비로 폐허가 된 도시에서 다양한 종류의 총과 무기를 얻고 생존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숨이 멎는 긴장감을 경험할 수 있다. 좀비에게 내 위치가 발각되기라도 한다면 당신을 잡기 위해 그들 스스로 탑을 쌓아 올릴지도 모른다. FPS(1인칭 슈팅) 게임의 묘미를 맛보려면 그것도 괜찮지만.
게임에서는 '소음'을 주의해야 한다. 총을 쏘고 함정을 만들어 좀비를 처치해야 하지만 기본적으로 내가 살아야 한다(현실이나 게임에서나 목숨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되도록 조용히 좀비를 죽이면서 주어진 미션을 수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소리를 들으면 좀비들이 떼로 몰려오기 때문. 총을 난사하면 추풍낙엽처럼 쓰러지는 좀비들로 인해 마음은 시원할지 몰라도 더 많은 좀비가 내게 몰려온다. 따라서 때론 암살자처럼, 때론 람보처럼 적절하게 움직여야 한다.
'특수 좀비'는 긴장감을 배가시킨다. 언뜻 보기엔 다 같은 좀비 같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은 것. 나와 전투를 벌이는 건 일반 좀비가 많지만, 각종 지형지물에 숨어있다가 튀어나오는 '럴커', 일정 이상으로 총을 맞으면 유독 가스를 내뿜는 '가스백', 확성기를 달고 다니며 특유의 울음소리로 좀비 떼를 불러오는 '스크리머' 등 다양한 좀비가 도사리고 있다. 특수 좀비를 상대하는 각각의 공략법도 나와 있으니 미션 수행이 어렵다면 참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다양하게 즐길 수는 있는데…뭔가 부족한 10%
월드워Z는 유저들의 성향에 따라 즐길 수 있는 모드를 나눠 놓았다. 협동 캠페인에서는 여러 유저와 함께 전술플레이와 미션을 수행할 수 있고, 멀티플레이어에서는 나와 유저, 좀비를 각각 상대해야 하는 형식이다. 좀비가 들끓는 현실에서 나를 제외한 타인은 모두 적이라고 봐도 무방한 상황. 이를 염두에 두고 한정된 자원을 놓고 경쟁하는 모드도 있다. 협동 캠페인과 멀티플레이어에서는 여러 클래스가 존재해 각각의 재미를 느끼기 좋다.
긴장감과 설정이 모두 훌륭하지만 아쉬운 점도 많다. 많은 유저들은 월드워Z가 타격감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총을 쏴 특정 개체를 쓰러뜨리려면 실제 총을 맞추는 듯한 느낌이 들어야 하는데 이 게임은 그게 부족하다. 좀비에게 총을 쏘나 허공에 대고 총을 쏘나 큰 차이가 없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또한, 총이나 바주카포가 터지는 소리가 부족하다. 전투의 묘미가 다소 떨어질 수밖에 없다.
미션에도 특정 행위를 반복하는 일이 잦다. 어디로 간다거나 무엇을 가져온다거나 하는 식이다. 어떤 지역을 방어하고, 누구를 죽여야 하는 미션이 반복되면서 조금 플레이하다 보면 지루함을 느끼는 유저도 있다. 콘텐츠가 풍부하지 못한 셈이다. 이 때문에 처음의 긴장감은 온데간데없이 '내가 왜 좀비랑 싸우고 있지?'라는 생각이 불현듯 찾아온다. 역동적인 좀비와 나름 괜찮은 설정에 콘텐츠 부족이 웬 말이냐.
◇수작이지만 평가는 글쎄…
게임 자체를 놓고 보면 수작임엔 틀림없다. 좀비를 처치하면서 쌓인 스트레스를 풀 수 있고, 플레이 자체가 어렵지 않아 쉽게 즐길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떼로 달려오는 좀비들을 보는 것도 장관(?)이다. 이처럼 적당히 즐기기엔 좋지만 안타깝게도 '좀비게임의 레전드'로 등극하기엔 역부족이다. 앞서 언급한 부족한 타격감과 사운드, 완성도 높은 다른 것에 비하면 높은 평가를 받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비평 사이트 메타크리틱에서는 유저 평점이 10점 만점에서 6.2에 그친다. '레프트 4 데드'라는 게임에 한참 못 미쳐서다. 레프트 4 데드는 역시 캠페인을 기반으로 진행되는데 완성도가 높아 좀비 마니아들의 찬사를 받는다. 실제 "레프트 4 데드 기준에 못 미친다"라는 평가가 있다. 또 "좀비가 너무 쉽게 죽는다"며 난도에 아쉬움을 표한 사람도 있다.
※기자의 한 줄 평 ★★☆
"재미와 지루함 중간 어디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