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의 유효 성분은 석회석의 주요 성분인 탄산칼슘이다. 규소와 산소를 포함한 화합물로 지각을 구성하는 원소의 약 90%를 차지하는 규산염도 들어간다. 점토도 필요한데, 사실 이런 성분을 잘 갈아 물과 섞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1450도라는 높은 온도를 가열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런 온도에서 암석이 분해되면 칼슘 실리케이트(calcium silicate:규산칼슘)가 만들어지는데, 여기에 물과 철근 등이 합치면 콘크리트라는 새로운 재료가 탄생한다.
콘크리트가 갖고 있는 건축 재료로서의 놀라운 특성에도 불구하고, 철근 등이 공기에 노출되면 쉽게 녹이 슨다. 겨울과 여름에 팽창과 수축이 일어나면서 작은 균열이 생기고 물이 들어가면 상황을 보다 악화시킨다. 한마디로 균열이 생기지 않은 콘크리트를 만들면 되는데, 이것이 간단치 않은 일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살아 숨 쉬는 건축물’인 바이오텍처(biotecture)가 이 분야의 해결사로 등장했다. 바이오텍처라는 용어는 특정 목적을 위해 생물을 건축물에 접목한 것을 가리킨다. 외벽에 덩굴을 자라게 하여 냉·난방 효과를 좋게 만든 건물이나 곰팡이·박테리아 또는 조류 등을 사용하는 것이 이에 해당된다. 콘크리트와 같은 딱딱한 소재와 생명체를 연결하여 콘크리트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으로 일명 ‘자가치유’, 즉 ‘자가보수 콘크리트’라고 부른다.
과학자들은 극한 환경에서 살아날 수 있는 생명체들을 발견했다. 수소이온농도(pH)가 9~11로 사람의 피부에 닿으면 화상을 일으킬 정도로 염기성이 강한, 염기성 호수 바닥에 사는 파스테우리(pasteuri) 박테리아는 콘크리트의 성분이기도 한 방해석(方解石:CaCO3)을 분비할 수 있다. 더욱이 바위에 갇히면 수십 년 동안 휴면기에 들어간다.
자가치유 콘크리트 안에는 이런 박테리아와 이들의 먹이가 되는 전분이 들어있다.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여 기본 콘크리트 혼합물에 박테리아를 섞기만 하면 된다. 평상시에는 박테리아가 칼슘 실리케이트 수화물 섬유에 갇힌 채 휴면상태를 유지하는데, 만약 구조에 균열이 생겨 물이 들어가면 박테리아가 휴면에서 깨어나 먹이를 찾기 시작한다. 박테리아는 곧 콘크리트에 첨가된 전분을 찾아내 그걸 먹으면서 성장하고 복제를 시작하는데, 이 과정에서 박테리아는 방해석을 분비하고 탄산칼슘을 형성한다. 방해석은 콘크리트와 결합하여 균열을 메우는 광물 구조를 만들어 균열이 더 확대되지 않고 메워지는 것이다.
곰팡이류인 트리코더마 레세이도 후보자이다. 원래 곰팡이나 식물은 건물의 균열을 타고 들어와 붕괴의 요인이 되는데, 이 곰팡이는 독특한 대사 과정을 통해 콘크리트를 보수할 수 있다. 방법은 박테리아와 마찬가지로 콘크리트에 곰팡이 포자를 섞기만 하면 된다. 곰팡이 포자는 매우 오랜 기간 산소나 물 없이 생존할 수 있는데, 만약 콘크리트에 균열이 생겨 이 틈으로 물과 산소가 공급되면 발아되어 곰팡이가 증식한다. 그러면서 주변 물질을 흡수한 새로운 탄산칼슘을 만들어주므로 별도의 보수 없이 장기간 콘크리트 구조물을 유지시킬 수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일단 자가치유된 후 물과 산소가 침투하지 못하므로, 곰팡이는 다시 포자 상태로 돌아가 잠을 자면서 다음 증식을 기다린다.
자가치유 페인트도 등장한다. 이 페인트는 열을 가하면 손상된 부분이 고쳐진다. 주차 중 실수로 생긴 자동차 표면의 상처를 굳이 정비소에 맡기지 않고도 손쉽게 고칠 수 있는 것이다.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에 생긴 상처도 저절로 고쳐지는 소재도 곧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스크래치 정도는 스스로 회복되고 구겨져도 다시 펴지며 평면뿐만 아니라 곡면 형태도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마이클 뎀코비치 교수는 금속 내부에 나노 크기의 결정 입자들을 만들어 자가치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나노 입자를 이용하여 미세한 균열이 커지기 전에 스스로 치유될 수 있게 한다는 것으로, 이 말은 세월이 가도 강도가 약해지지 않는 금속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네델란드 델프트공과대학에서는 금속 내부에 나노 입자인 금 원자를 포함시켰는데, 균열이 생기면 유동성이 큰 금 원자가 이동해 균열을 메웠다. 또한 수분의 접근을 막아 각종 부식을 방지하는 데도 다양한 나노 입자가 사용될 수 있다.
물론 이들이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이런 새로운 아이디어가 주변 환경이나 인간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점들은 대부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
「콘크리트 균열을 ‘자가보수’하는 곰팡이」, 대중과학, 2018년 4월
「자가 치유 소개가 미래를 바꾼?? ?」, 대중과학, 2018년 7월
「자라는 벽돌로 건축물 만든다?」, 김준래, 사이언스타임스, 2019.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