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태평양의 조세그룹 조일영(55·사법연수원 21기) 파트너 변호사는 2일 서울 테헤란로 강남사옥에서 가진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국내 최대 규모인 1조 원대 ‘코레일 법인세 환급 소송’ 최종 승소 소식을 들었을 당시를 담담하게 회상했다. 조 변호사는 2013년 10월 조세심판원 심판 청구부터 6년간 코레일을 대리해 지난 1월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기까지 전부 승소를 끌어냈다.
지난해까지 조세그룹을 이끌었던 조 변호사는 대법원 재판연구관 조세팀장뿐만 아니라 서울행정법원 조세전담부 재판장으로도 근무해 조세 사건의 법률심과 사실심 모두에 있어 '최고의 전문가'로 불린다. 조세그룹의 바통은 역시 대법원 재판연구관 조세팀장을 지낸 강석규(58·25기) 파트너 변호사가 이어받았다.
◇ 1조 원대 소송 승리 비결은 최고 전문가 영입 = 코레일은 대전세무서를 상대로 낸 법인세 경정거부처분 취소소송 승소로 서울 용산역 개발사업 추진 과정에서 낸 국세·지방세·환급가산금(이자) 등 총 9000억 원가량을 세무당국으로부터 돌려받게 됐다.
조 변호사와 장성두(42·36기) 파트너 변호사가 대리해온 이 사건은 코레일이 2013년 8조 원 규모의 용산역세권 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부지 매매계약 해제에 따라 2007~2011년에 납부했던 8800억 원의 법인세 등을 환급해 달라며 경정청구를 했으나 조세심판원이 받아들이지 않자 낸 소송이었다.
법리적으로도 국세기본법상 후발적 경정청구 사유인 ‘계약 해제’의 유효 여부에 대해 계약당사자 간에 다툼이 있는 경우 계약 해제의 기산일은 이로 인한 분쟁의 판결 확정일이 아니라 계약 해제 효력 발생일로 봐야 한다고 명확하게 해석한 최초의 판결이라는 의미가 있다.
법조계에 새 역사를 쓴 태평양 조세그룹에는 조 변호사, 강 변호사를 비롯해 대법원 재판연구관 조세팀장을 역임한 심규찬(47ㆍ30기) 파트너 변호사가 있다. 최근 10년간 대법원 재판연구관 조세팀장을 거친 변호사가 3명씩이나 소속돼 있는 로펌은 태평양이 유일하다.
이들을 필두로 조세그룹에는 송우철ㆍ한위수ㆍ유철형ㆍ김승호ㆍ주성준 파트너 변호사 등 65명의 전문가가 포진해있다. 이건춘 전 국세청장, 이전환 전 국세청 차장, 조홍희 전 서울지방국세청장, 손병조 전 관세청 차장 등이 고문으로 힘을 보탠다. 조세그룹은 조세 부과처분에 대한 행정소송, 과오납금 반환 및 체납처분 등과 관련한 민사소송, 조세범처벌법 위반 사건 등 조세형사소송, 조세 관련 법규에 대한 헌법소송 등을 전문적으로 다룬다.
◇ 절차와 법리가 복잡한 조세소송은 ‘콜라보’가 관건 = 조 변호사는 민·형사 소송과 다른 조세소송만의 차별점을 ‘2단계 절차’와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 두 가지를 꼽았다. 조 변호사는 “조세소송의 경우 조세심판원이나 국세청, 감사원 등의 전심절차를 거친 후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며 “행정 소송을 제기할 때 경정청구기간이 지나면 아무리 정당해도 완전 무효가 아닌 이상 다툴 수 없이 각하된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정청구는 납세의무자가 보정기간인 3개월이 지나 과다납부한 세액을 바로잡을 것을 요청하는 행위다. 법인세 경정처분의 경우 납부한 때로부터 5년 이내라는 제한기간(경정청구기간)이 있다.
조 변호사는 “조세 법률서비스는 단순한 조세법령의 해석에 그치지 않고 각 산업 분야의 특성에 대한 깊은 이해를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다”며 “조세그룹 내부뿐만 아니라 법인 내 기업법무, 금융, 기업구조조정, 기업승계 관련한 팀들과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개별 사건의 특성에 맞는 해결책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태평양은 새로운 업무 분야에 대응하기 위해 관세통상팀, 국제조세팀, 조세형사팀, 금융조세팀, GR솔루션팀(조세입법ㆍ유권해석), 디지털포렌식팀 등 다수의 테스크포스(TF)팀을 특화해 운영 중이다. 연이은 대규모 회계부정 사건으로 감독기관의 제재 처분과 투자자들의 손해배상소송이 잇따르자 최근 회계감리대응 전담팀도 신설했다.
◇ 기업 절세 팁…사전·사후 진단으로 ‘세금리스크’ 없애야 = 강석규 변호사는 “조세법은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특례법 차원으로 자주 바뀌다 보니 기업들이 완전히 숙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특정 산업에 대해 특례를 주고자 하는 규정이 생겨도 그 혜택을 잘 몰라서 그대로 세금을 내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기업들이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특례 규정을 찾아 경정청구를 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태평양 조세그룹은 과세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사전진단작업’도 실시한다. 강 변호사는 “국세청 세무조사가 나오기 전에 자체적으로 기업 회계 처리 내용을 들여다보면 문제가 될 것 같은 부분을 미리 발견할 수 있다”며 “전문가 조언과 함께라면 과세관청으로부터 오해받을 소지가 큰 길과 작은 길 중에 가장 안전한 방법으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나중에 생길 조세 분쟁을 막기 위해 ‘입법 컨설팅’에도 나선다. 강 변호사는 “조세법이 자주 바뀌다 보니 분명하지 않고 서로 모순된 부분도 존재하는데, 나중에 분쟁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이 규정이 어떤 의미인지에 관한 유권해석 받는 작업을 통해 사전에 분쟁을 예방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 조항이 애매하지 않고 명확하더라도 법률 자체가 문제가 있을 경우 위헌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 2020년 과세당국 동향…‘조세 형사 사건’ 증가 = 조 변호사는 최근 과세당국의 동향에 대해 “고의적이고 지능적인 탈세는 엄정하게 대응한다는 것이 기본 기조”라며 “재산가의 여러 가지 편법을 통한 부의 이전을 강하게 들여다본다는 것이 국세청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어 “특히 부동산 거래 등 자금출처에 대한 전수조사를 엄청 엄격하게 한다”며 “국세청 과세 부분에 관해서는 탈세뿐만 아니라 체납까지 들여다보는 추세”라고 말했다.
최근 재산국외도피, 조세포탈 등 조세 형사사건이 증가하고 있으며, 엄격한 처벌이 뒤따르고 있다. 통상적인 기업 소유주나 대주주 관련 사건에서는 법인세 포탈, 허위 세금계산서 등의 이슈도 함께 따라온다.
이에 태평양은 조세팀과 형사팀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조세형사팀 역량도 대폭 강화했다. 세무 조사, 검찰(경찰) 수사, 조세불복 및 형사소송 등 세 가지 단계별 종합적인 법률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강 변호사는 최근 부산의 유명 개발회사에 관련된 허위 세금계산서 수수죄 사건에서 무죄 판결을 이끌어냈다. 이미 선행 형사사건에서 실거래가액이 없거나 미미함에도 거래가액을 높게 기재한 세금계산서를 수수해 차액을 횡령하거나 편취했다는 내용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불리한 상황이었다.
강 변호사는 “허위 세금계산서 수수죄 사건에서는 실거래가액이 일부라도 있으면 아무리 거래가액을 부풀려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더라도 허위 세금계산서가 될 수 없다는 조세형사법(특정범죄가중처벌법) 특유의 법리를 강조해 무죄를 끌어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강 변호사는 “조세사건은 행정사건이든 형사사건이든 사실관계의 다툼은 많지 않고 특유의 법리가 존재해 그 법리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며 “횡령·배임이라는 아주 안 좋은 사실관계가 있더라도 조세법에선 유리하게 원용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