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가 소유한 계열사에서 높은 가격으로 김치를 구매하고, 이를 보험 계약자에게 제공한 혐의로 흥국화재에 내려진 금융당국의 제재는 적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다만 전산 용역 계약에 대한 과징금 처분은 위법하다고 봤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박양준 부장판사)는 흥국화재가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과징금 22억8200만 원의 부과 처분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3억6300만 원을 초과하는 부분을 취소한다”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태광그룹 금융계열사인 흥국화재는 2011년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등 오너 일가가 100% 지분을 소유한 정보기술(IT) 회사 티시스와 정보시스템 운영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흥국화재는 티시스와 매년 용역계약을 갱신해오다 2014년 단가적용률을 기존 70%에서 74%로, 2015년에는 85%로 인상했다.
더불어 흥국화재는 티시스가 소유한 ‘휘슬링락C.C’로부터 김치를 구매하면서 백화점 판매 가격보다 8억2000만 원 높은 금액을 냈고, 2013년 2월~2016년 4월까지 65개 법인 보험계약자에 8200만 원 상당의 김치와 와인을 제공했다.
금융위는 2018년 9월 구 보험업법을 근거로 흥국화재가 대주주 부당지원 행위를 했다며 과징금 총 22억8200만 원을 부과했다. 구 보험업법 제111조(대주주와의 거래제한 등) 1항 2호는 ‘일반적인 거래 조건에 비춰 뚜렷하게 불리한 조건으로 자산에 대해 매매ㆍ교환ㆍ신용공여 또는 재보험 계약을 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재판부는 “흥국화재가 세 차례의 과징금을 부과받고도 정상가격보다 뚜렷하게 높은 가격으로 김치를 구매하고, 김치와 와인의 특별이익을 제공한 사실은 인정된다”며 3억6300만 원의 과징금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티시스와의 전산 용역거래는 정상적인 것으로 봤다.
재판부는 “보험회사가 자산을 매매하는 경우는 유가증권ㆍ부동산 등 경제적 가치가 있는 유ㆍ무형의 재산을 매매하는 경우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컴퓨터ㆍ네트워크ㆍ인적자원 등 자산의 이전 없이 순수하게 정보시스템의 유지와 보수 등을 대가로 대금을 지급한 이 사건 용역 거래는 구 보험업법 적용 범위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흥국화재가 차세대 전산시스템을 도입해 티시스의 업무 난도가 개선됐다”며 “이와 함께 이전보다 높은 수준의 서비스 제공 의무가 부과된 점에 비춰보면 연속된 단가 인상률 인상만으로 정상가격보다 뚜렷하게 높은 가격으로 체결된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