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들의 임대료를 깎아주는 건물주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는 차담회 자리를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건물주들에게 임대료 인하분만큼 세액공제를 확대하는 등 손실을 보전해 준다는 지원 정책에 대해 소상공인들은 "정부가 소상공인에겐 대출을, 건물주에겐 특혜를 주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2일 서울 동대문패션타운 관광특구 내 테크노상가에서 점포 임대료를 10~25% 인하한 착한 임대인들과 차담회를 진행했다. 이날 차담회는 점포 임대료를 자발적으로 낮춰 준 임대인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애로사항 청취와 상권 발전방안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박 장관은 “임대료를 내리지 못하는 일부 상인들을 위해 임대로 인하로 덕을 본 상인들이 십시일반 힘을 모아 관리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고 들었다”며 “어려운 상황에서도 힘을 모으고, 서로 돕는 상인들에게 박수를 보낸다”고 격려했다.
최근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임대료를 깎아주는 건물주나 임대인들이 늘아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21일부터 28일까지 전국적으로 약 560명의 임대인들이 임대료 인하에 동참한 것으로 집계됐다. 1만1000여개 점포의 임대료가 낮아진 것으로 중기부는 추산하고 있다.
박 장관은 임대료를 낮춰준 건물주 등을 치켜세웠다. 그는 “과거 메르스와 사드 사태 때에도 점포 임대료를 동결해 상인들의 고통을 분담해 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임대인들의 이번 조치가 상인들에게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임대인 ‘칭찬하기’와 더불어 현금성 지원도 추진 중이다. 정부는 지난달 28일 임대인이 자발적으로 임대료를 인하하는 경우 상반기 인하액의 50%를 임대인 소득·법인세에서 세액공제해 주기로 했다. 임대료 손실을 세액에서 보전해주겠다는 의미다. 중앙정부, 지자체, 공공기관 소유재산의 소상공인 임차인은 임대료를 20~50% 인하키로 했다.
반면 이런 정부의 지원의 ‘번짓수’가 틀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금성 지원이 더 필요한 것은 임대인보다는 소상공인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임대인과는 다르게 소상공인에게는 초저금리대출을 기존 1조2000억 원에서 3조2000억 원으로 늘리고 보증료도 1년간 감면한다. 소상공인 지원책 대부분은 대출위주인 셈이다.
이를 두고 한 소상공인 단체 관계자는 “임대료 인하는 감사할 일이지만 오히려 매출감소로 고통을 받고 있는 소상공인들을 위해 현금성 지원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소상공인 대비 상대적으로 여유있는 건물주들에게 오히려 더 관대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정부의 이번 대책 역시 대출 공급을 늘리는 계획 위주”라며 “기존 대출이 많고 신용등급이 낮아 담보여력이 낮은 수많은 소상공인들은 상대적으로 소외당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소공연 관계자는 “매출하락으로 인한 직접 피해 보상도 진지하게 논의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