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연일 가파르게 하락한 끝에 1일(현지시간) 산유국이 몰린 걸프 지역 증시가 쑥대밭이 됐다. 이번 주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OPEC 산유국의 모임인 OPEC 플러스(+)가 감산 확대를 통한 가격 안정화 시도에 나서지만 코로나19에 대한 공포가 너무 커 시장이 안정을 찾을지 불확실하다고 미국 CNN방송이 지적했다.
걸프 지역에서 가장 크며 세계 10대 주식시장 중 하나인 사우디아라비아 증시(타다울)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3.71% 하락해 지난 2016년 1월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을 나타냈다. 세계 1위 시가총액 업체인 사우디 국영 에너지업체 아람코 주가는 2.1% 급락해 지난해 12월 11일 타다울 상장 이후 최대폭으로 떨어졌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증시 DFM지수가 4.49%, 아부다비증시 ADX지수는 3.62% 각각 급락했다. 바레인 증시가 3.37%, 오만이 1.20%, 카타르가 0.61% 각각 하락했다. 쿠웨이트 증시는 11% 폭락해 하루 낙폭으로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은 물론 거래가 중단됐다.
걸프 지역 증시가 이날 일제히 추락한 것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원유 수요가 급감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유가가 연일 급락하고 있기 때문. 걸프 지역에서도 사우디와 내전 중인 예멘을 제외하고 나머지 5개국에서 모두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발행해 글로벌 팬데믹(Pandemic·전염병 대유행) 패닉에 휘말렸다.
이에 OPEC+는 오는 5~6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회동에서 추가 감산에 나설 것이 확실시된다. 지난달 초 열렸던 OPEC 기술위원회는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석유 수요 증가세 둔화를 이유로 하루 60만 배럴 추가 감산을 권고했다. 그러나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OPEC 맹주인 사우디가 이를 넘어서는 하루 100만 배럴 추가 감산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FT에 따르면 사우디가 추가 감산의 대부분을 감당하고 UAE와 러시아, 쿠웨이트 등 다른 주요 산유국이 나머지 감산을 분담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코로나19에 따른 국제유가 하락에 대처하기 위해 경제담당 장관들과 주요 석유회사 대표들을 소집해 회의를 열었다.
푸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브렌트유가 지난주 배럴당 50달러대 초반까지 하락했던 것에 대해 “우리 경제정책에서 설정한 마지노선은 배럴당 42달러여서 지금 수준은 허용 범위 안에 있다”며 “그러나 다양한 시나리오를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사태를 예의 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2명이다.
지오바니 스타우노보 UBS 애널리스트는 “OPEC의 감산이 시장의 부정적 분위기를 바꿀 만큼 충분한지 확신할 수 없다”며 “유가가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