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업체 L브랜드가 빅토리아시크릿 지분 55%를 사모펀드 시카모어파트너스(Sycamore Partners)에 매각하는 협상이 현재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1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시카모어는 빅토리아시크릿을 약 11억 달러(약 1조3200억 원)에 사들일 예정이며 이르면 20일 인수 사실이 공식 발표될 수 있다.
L브랜드는 45% 지분을 유지하며 핑크체인 등 다른 브랜드는 계속 갖고 있을 계획이다. 지난 몇 년간 경영난에 계속해서 보유 브랜드를 매각했던 L브랜드는 앞으로 배스앤드바디웍스(Bath & Body Works) 체인 운영에 초점을 맞추는 등 사업 영역이 대폭 축소될 것이라고 WSJ는 전했다.
티아라 뱅크스와 지젤 번천 등 수많은 슈퍼모델을 배출하고 지금도 수백 개의 매장이 있는 빅토리아시크릿 지배지분 가치가 11억 달러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이 브랜드의 몰락을 상징한다고 WSJ는 평가했다.
뉴욕증시에서 이날 L브랜드 주가는 전일 대비 2.1% 오른 24.60달러로 마감했다. 그러나 L브랜드 시가총액은 현재 약 70억 달러로, 고점이었던 2015년의 290억 달러에서 크게 축소된 상태다. L브랜드의 순채무는 약 55억 달러에 이른다.
시카모어는 경영난에 빠진 의류 브랜드와 오프라인 소매업체들에 초점을 맞춘 사모펀드로, 지금까지 더리미티드와 핫토픽, 나인웨스트와 스테이플스 등을 인수했다. 앞서 시카모어가 설립된 해인 2011년에는 L브랜드의 의류 소싱 사업부 지분 51%를 사들이고 나서 2015년 잔여 지분도 인수했다.
50여 년간 L브랜드를 이끌면서 빅토리아시크릿 성공 신화를 창출했던 레슬리 웩스너 설립자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된다. 그는 현재 L브랜드 지분 약 17%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사직만 유지하고 최고경영자(CEO)와 회장 자리에서는 물러날 예정이다.
웩스너는 자신이 이끌었던 회사들이 최근 수년간 매출 감소와 부채 증가 등 경영난에 허덕이는 것은 물론 개인적으로도 어려움에 처해있다.
특히 오랫동안 자신의 돈을 관리해왔던 제프리 엡스타인과의 긴밀한 유대관계로 아직도 의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웩스너는 “엡스타인의 범죄 행위를 몰랐으며 이미 10여 년 전에 그와의 돈 관계를 끊은 상태”라고 말했다. 엡스타인은 지난해 여름 미성년자 착취 등 성매매 혐의로 기소됐으나 그 해 8월 뉴욕 교도소에서 재판을 기다리는 중 사망했다. 공식 기록으로는 자살이지만 여전히 그의 죽음에는 많은 의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