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경영권 싸움에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다. 모친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의 지지를 등에 업은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의 낙승이 점쳐지던 가운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백기사가 공격적인 지분매수에 나섰기 때문이다.
14일 복수의 IB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전날 조현아 전 부사장과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로 구성된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주주연합’(주주연합)이 한진칼 주식 92만5000주를 장내매수했다. 기타법인 계정으로 사들인 금액만 424억8400만 원에 달한다. 이들이 사들인 주식을 한진칼 상장주식 수 5917만458주와 단순 비교하면, 1.56% 수준이다.
백기사의 자금 투입에 조 전 부사장 기세에도 힘이 실렸다. 조원태 한진 회장 측(33.45%)은 주주연합(32.06%)에 비교하면 1.39%포인트 앞서고 있었다. 그러나 주주연합에서 지분 1.56%을 사들이면서 주주연합 지분이 조 회장을 넘어서게 됐다.
다만 다음 달 25일로 예정된 한진칼의 주주총회에서는 소액주주의 표심에 따라 한진그룹의 차기 총수가 결정될 전망이다. 정기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지난해 12월 주주명부 폐쇄 전까지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최근 지분 매입은 정기주총에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전날 주주연합에서 내놓은 주주제안도 소액주주의 표심을 얻기 위한 안들로 구성됐다. 전문경영인 제도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사내ㆍ사외이사 후보를 구성하고, 전자투표제 도입 등을 위한 정관을 변경하는 게 주요 골자다. 정관상 이사 수 제한이 없는 한진칼의 특성을 이용해 이사회 자리 확보에 중점을 둔 것으로 보고 있다.
정기주총에서 주주연합 측 인사가 이사회에 입성한다면, 남매 간 지분 다툼은 더욱 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전날 공격적 지분 매수 역시, 이사회 입성 후 임시주주총회 개최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임시주총은 정기주총과 달리 이사회 결의를 통해 주총 일자를 정하고, 명의개서 기준일을 정하도록 하고 있다. 주주연합 측이 이사회 과반수 이상을 확보하면, 향후 조 대표의 거취를 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에 우호세력을 앉히기 위해 양측 간 치열한 지분경쟁이 나타날 것이란 설명이다.
한편 주주연합의 주주제안에 따라 한진칼은 2월 말 이사회를 개최하고, 주주총회에 올릴 안건을 확정할 예정이다. 해당 이사회에서 확정된 안건은 3월 말 주주총회에서 다루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