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서울시 은평뉴타운에서 합승 형태의 택시 서비스 ‘셔클(Shucle)’을 시범 운영한다. 수요응답형 '버스'에 이어 '택시' 서비스까지 선보이며 현대차의 모빌리티 혁신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13일 현대차에 따르면 KST모빌리티와 함께 운영하는 '셔클'은 이용자가 서비스 지역 내 어디서든 차를 호출하면 대형승합차가 실시간으로 생성되는 경로를 따라 운행하며 승객들을 원하는 장소에서 태우고 내려주는 수요 응답형 택시 서비스다.
셔클은 여러 지역을 정기적으로 오가는 이동수단 '셔틀(Shuttle)’과 지역, 모임 등을 의미하는 ‘서클(Circle)’의 합성어로 누구나 지역 공동체 내에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뜻을 담았다.
현행법상 택시 합승은 금지되지만, 지난해 11월 이 사업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ICT 규제 샌드박스 실증 특례로 지정되면서 2년 동안 시범 운영이 가능해졌다.
쏠라티 6대로 시작하는 시범 서비스는 은평뉴타운 주민 100명을 선정해 14일부터 3개월 동안 무료로 운영된다. 차 한 대에는 승객 10명을 태울 수 있고 유아와 반려동물도 동반할 수 있다. 지정좌석제를 도입해 승객의 편의성을 높였고, 정기적인 소독 작업도 진행할 예정이다.
셔클에는 현대차그룹의 인공지능 전문 조직 '에어랩'이 개발한 '실시간 최적 경로 설정' 기술이 활용된다.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이동 수요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최적의 경로를 찾아주고, 정확한 대기 및 도착 시간을 예측해 차를 배정하는 기술이다.
현대차가 수요응답형 서비스를 선보인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지난해 12월부터 두 달 동안 인천시 영종도에서 수요응답형 버스 'I-MOD(아이 엠오디)' 서비스를 시범 운영한 바 있다. I-MOD는 기존 버스 정류장에서만 호출할 수 있어 '버스'에 가까운 서비스였지만, 셔클은 택시처럼 어디서든 부를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국토교통부 사업으로 진행된 I-MOD는 버스 이용 수요보다 노선이 적고 배차 간격이 넓은 신도시 일대 주민에게 호응을 받았다.
수요응답형 버스에 이어 택시 서비스까지 시범 운영하며 현대차의 모빌리티 서비스 혁신에는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10월 회사를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 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고 선언했고, 현대차는 2025년까지 모빌리티 서비스에 1조8000억 원을 투자한다는 내용의 '2025 전략'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모빌리티 사업을 위한 별도 법인 '모션'도 설립했다.
관건은 제도적 뒷받침이다. 셔클은 특례기간 2년 내에서만 운영되는 시범 사업이다. 시범 운영을 넘어 실제 상용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법과 제도의 개선, 기존 대중교통 사업자와의 협의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영종도에서 I-MOD 서비스를 운행할 당시에도 인천시와 현대차는 지역 버스와 택시 업계를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자체 관계자는 "논란이 된 '타다'와는 성격이 다른 서비스임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데에 시간이 걸렸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이번 시범 서비스로 얻은 데이터와 기술을 바탕으로 하반기부터 본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본 사업에서는 국토부, 지자체와 협의해 서비스 지역을 확대할 예정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셔클은 교통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의 사람들에게 편안하고 자유로운 이동의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시작한 혁신 사업의 일환”이라며 “향후 지역별 특성에 맞는 모델을 개발해 서비스 지역을 확대하고 다양한 이동 수단 및 지역 운송사업자와 연계해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