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상장사가 300곳을 넘어선 가운데 적극적 의사 표현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에 국민연금이 다가오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어떤 역할을 맡게 될지 주목하는 모습이다.
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전체 주식 지분의 5% 이상을 보유한 코스피ㆍ코스닥 상장사는 1월 말 기준 총 313곳으로 집계됐다. 2018년 말(292곳) 이후 1년 1개월 만에 21곳 늘어난 셈이다.
이 가운데 국민연금의 보유 지분이 10% 이상인 상장사는 96곳으로, 역시 2018년 말(80곳)과 비교해 20% 수준인 16곳 증가했다. 국민연금이 최대 주주 자리에 오른 곳은 KT, 포스코, 네이버, KT&G,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등 9곳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해 12월 27일 회의에서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 활동(경영 참여 주주권 행사) 대상 기업 및 범위 등을 명시한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은 횡령ㆍ배임ㆍ사익편취 등으로 기업가치가 추락했는데도 개선 의지가 없는 투자기업을 상대로 주주 제안을 통해 이사 해임과 정관 변경 등을 요구할 수 있다.
또 개정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따리 5% 룰도 완화되면서 국민연금은 적극적 주주권 행사에 나설 수 있게 됐다. 5% 룰은 투자자가 상장사 주식을 5% 이상 대량으로 보유하게 되거나 이후 1% 이상 지분 변동이 있는 경우 5일 이내에 보유 목적 및 변동사항을 상세히 보고ㆍ공시하도록 한 규정이다.
주식 등의 보유 목적이 경영권 영향 목적이 아닌 단순 투자 목적일 경우 보고 기한 연장 및 약식보고가 허용되는데, 종전까지는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활동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단 점이 문제로 꼽혀 왔다. 그러나 이달 1일부터 배당 관련 주주 활동이나 단순한 의견 표명, 회사 및 임원의 위법 행위에 대응하는 해임 청구 등은 ‘경영권 영향 목적’ 활동에서 제외됐다.
특정 기업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사전에 공개된 원칙대로 진행하는 경우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정관 변경 추진 역시 가능해졌다. 이런 활동은 이번에 신설된 ‘일반 투자 목적’으로 분류돼 월별로 약식 보고만 하면 된다.
이와 관련해 국민연금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대한항공 등 국내 상장사 56곳에 대한 주식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 목적’에서 ‘일반 투자 목적’으로 변경한다고 7일 공시하기도 했다. 이들 기업에 대해 배당 확대를 요구하거나 위법 행위를 한 이사에 대한 해임을 청구하는 등, 더욱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또한 정기주총 시즌의 주요 이슈다. 최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측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이 그룹 경영권을 놓고 경쟁을 벌이면서 국민연금이 ‘캐스팅 보트(결정투표자)’로 급부상하게 됐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주총에서 적극적인 의사표현에 나서면서 상장사들의 주총 안건 통과에 대한 부담도 커지게 됐다. 기업평가 사이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해 정기 및 임시 주총에서 총 4139건의 안건 가운데 16.48%인 682건에 반대표를 행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