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간접 생산공정에서 일하는 2차 하청노동자도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1부(재판장 정도영 부장판사)는 6일 현대자동차 1ㆍ2차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현대차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 확인소송들에서 전부 원고 승소 판결했다. 2차 하청노동자 관련 소송에는 현대글로비스가 현대차의 보조참가인으로 참여했다.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는 하청노동자에 대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이 중에는 현대차가 직접 도급계약을 맺은 1차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뿐만 아니라, 현대글로비스와 하도급 계약을 체결한 2차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도 포함됐다.
앞서 대법원이 2012년 현대차 사내 하청업체 근로자로 일하다 해고당한 최모 씨가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확정한 바 있다. 당시 대법은 “하청업체에 고용됐더라도 현대차 사업장에서 직접 노무 지휘를 받는다면 파견 근로자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후 1차 하청노동자에 대한 실질적 고용 책임이 현대차에 있다는 판결이 이어져 왔다. 그러나 2차 하청노동자에 대한 법원 판결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사내 협력업체에 고용된 후 현대차의 울산공장에 파견돼 현대차의 지휘와 명령을 받으면서 자동차 생산을 위한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 파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2차 하청노동자에 대해서 “실제 업무수행 과정이 컨베이어 벨트를 이용한 직접 생산 공정과 크게 다르지 않고, 현대차가 지휘ㆍ명령권을 보유하고 행사했다”며 “간접 생산 공정을 담당하는 사내 협력업체도 현대차가 정한 인원을 작업에 투입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현대차 필요에 의해 업무 수행 방법이 변경됐고 △물류관리 프로그램을 이용해 2차 하청노동자의 업무 수행 현황을 파악했으며 △이들의 담당 업무는 현대차에 의해 구체적이고 세분돼 정해졌고 △격려금 지급 여부 등에 관한 결정권을 현대차가 행사한 점 등을 이유로 1차 하청노동자와 마찬가지로 현대차에 의해 통제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현대차와 현대글로비스의 도급계약서에 명시된 ‘현대차와 사전 협의를 통해 동의를 얻을 것’에 의해 2차 하청노동자를 실제 사용한 것으로 인정했다.
이에 따라 1차ㆍ2차 하청노동자를 현대차가 이들을 직접 고용하라고 하면서 정규직 근로자보다 덜 받은 임금도 지급하라고 했다.
재판부는 “현대차는 정규직 근로자의 임금에서 원고들이 같은 기간 사내 협력업체로부터 받은 임금을 공제한 차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금속노조 법률원 정기호 변호사는 “현대차는 간접 공정에서 일하는 2차 하청노동자는 직접 공정과 다르다고 주장했다”며 “또 현대차는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 등 업체가 중간에 있어 이들을 직접 사용한 것이 아니라고 했다”고 운을 띄웠다.
그러면서 “법원은 간접 공정 비정규직 노동자도 현대차의 통제 아래 근무해 종속 관계라고 판단한 것”이라며 “이는 2차 업체 노동자에 관한 최초 판단으로 현대차는 법원 판결에 따라 이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