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속도로 확산하는 바이러스에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 내 영업을 일시 중단키로 한 것이다. 중국에서 진행하는 사업 규모에 따라 각 사가 입는 타격의 정도는 다르겠지만,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경제 규모를 지닌 국가인 만큼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4일(현지시간) 미국 CNBC방송 등에 따르면 월트디즈니는 지난달 말부터 상하이와 홍콩에 있는 디즈니랜드의 문을 닫았다. 이들 테마파크에 대한 이번 일시 폐쇄 조치가 향후 두 달 동안 이어진다면, 디즈니가 받는 타격은 1억7500만 달러(약 2077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구체적으로는 올 2분기 상하이 디즈니랜드의 영업이익이 약 1억3500만 달러, 홍콩 디즈니랜드가 약 4000만 달러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크리스틴 매카시 월트디즈니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신종코로나가 미칠 영향의 정도는 폐쇄 기간과 정상 운영을 얼마나 빨리 재개할 수 있느냐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고 말했다.
이미 이들 디즈니랜드는 사람들이 많이 몰릴 것으로 예상됐던 중국의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중국의 설, 1월 24일~30일) 기간에 운영을 중단하면서 적잖은 손해를 입었을 것으로 점쳐진다. 상하이 디즈니랜드는 지난달 25일부터, 홍콩 디즈니랜드는 26일부터 운영을 중단했다. 매카시 CFO는 “이번 일시 폐쇄 조치는 ‘춘제(春節·중국 설)’로 높은 방문율과 점유율을 보이는 분기 중에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스포츠용품업체 나이키는 중국에서 운영하는 직영점 가운데 절반 정도를 일시 폐쇄했다. 문을 닫지 않은 매장의 경우에도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영업시간을 단축하기로 했다. 앞서 크레디트스위스는 보고서를 통해 “나이키와 에스티로더는 연 매출의 17% 정도를 중국 본토에서 벌어들인다”며, 다음 분기에 이들 기업의 주당순이익(EPS)이 3~5% 정도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패션 브랜드 랄프 로렌 역시 이날 중국 내 110개 점포 중 절반가량을 일시 폐쇄하기로 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다만 패트리스 루벳 랄프 로렌 최고경영자(CEO)는 회사 전체 사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4% 미만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크루즈 선사 로열캐리비안크루즈는 이날 신종코로나 발생을 이유로 내달 4일까지 중국을 출발하는 8편의 크루즈선 운항을 취소한다고 전했다. 앞서 로열캐리비안은 이달 예정됐던 3편의 크루즈선 운항을 취소한 바 있는데, 이번에 운항 취소를 확대했다.
‘카지노 천국’으로 불리는 마카오도 신종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보름 동안 카지노 문을 닫기로 했다. 중국 온라인 매체 펑파이에 따르면 이날 호얏셍 마카오 행정장관은 “마카오 내 아홉 번째 신종코로나 환자가 카지노 업계 종사자로 확인됐다”며 “카지노 및 관련 오락산업의 운영을 보름간 중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카지노는 마카오 경제의 주축이기 때문에 이번 운영 중단으로 인한 피해가 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호 행정장관은 현재 마카오 경제는 이번 운영 중단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라고 진단했다.
한편 지난해 말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처음 발병한 신종코로나는 무서운 속도로 퍼지고 있다. 중국 내 누적 사망자는 490명에 이르고, 누적 확진자 역시 2만4000명을 넘어섰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위건위)는 5일 0시 기준 전국 31개 성에서 신종 코로나 누적 확진자가 2만4324명, 사망자는 490명이라고 밝혔다. 하루 새 중국 전역에서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각각 3887명, 65명 늘어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