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확산하면서 결국 국내 완성차 회사가 '생산중단' 사태를 겪게 됐다.
가동 중단을 불러온 ‘와이어링 하니스(이하 하니스)’는 자동차 부품산업에서도 성장성이 낮은 품목 속한다. 그렇다보니 원가절감이라는 굴레 속에서 살길을 찾아 중국으로 생산지를 옮긴 부품 가운데 하나다.
5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하니스 공급이 끊긴 현대자동차는 7일부터 국내 전 공장이 휴업에 들어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가 중국 전역으로 확산한 가운데 현지발 부품공급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문제가 된 하니스는 한 마디로 ‘전선 묶음’이다. 전선과 전선을 연결하는 커넥트까지 포함돼 있다.
이 묶음이 자동차에 달린 수많은 전자장비를 서로 연결한다. 이 배선 뭉치는 차 바닥과 필러(기둥)는 물론 보이지 않는 곳곳에 숨어있다.
당장 자동차 시트만 걷어내도 배선 뭉치가 한 줌 이상 나온다. 시트에 △전동조절 기능을 비롯해 △히팅과 △쿨링 △맛사지 기능 △체중 감지 기능들이 더해지면서 이를 조작할 배선이 늘어난 셈이다.
반면 이런 하니스는 자동차 기술이 발달하면서 최근에는 오히려 쓰임새가 줄어들고 있다.
부품업계에서도 관심을 두지 않는 '하향 품목'이라는 뜻이다. 자동차가 점차 전자기기로 변모하는데 역설적으로 전선은 사라지는 셈. 결국 원가절감의 제1타깃이 되기도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제 전선 대신 다양한 통신 방식이 도입되면서 전선이 줄어들고 있다.
PC 사용자들이 무선 마우스를 찾고, 스마트폰 충전도 무선 충전패드가 등장한 것과 일맥한다. 자동차에서 전선을 100% 걷어낼 수 없지만 장기적으로 사용량이 줄어들 것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실제로 최근 등장한 제네시스의 첫 번째 SUV인 GV80은 일련의 전선들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일반적으로 중형 SUV 기준, 차 1대에 들어가는 전선 무게만 130~150㎏이다. GV80은 이 무게를 100㎏ 미만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줄어든 차 무게는 연비와 출력 등에서 이점으로 되돌아온다.
최근 자동차는 이런 전선 대신 RF 또는 CAN 통신 등 다양한 통신으로 다양한 전자기기를 조작한다.
제네시스 GV80은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오류가 줄어든 '이더넷'을 쓴다. 전선을 걷어내고 리모트 컨트롤 방식으로 전자기기를 조작했다면 이제 차 안에서 네트워크 통신을 사용하는 셈이다.
결국 하니스는 원가절감의 첫 번째 타깃이 됐다.
더불어 기술 발달과 원가절감을 향한 노력이 맞물리면서 하니스는 일찌감치 살길을 찾아 중국으로 생산지를 옮겨간 경우다.
지리적으로, 나아가 경공업 생산이 상대적으로 동남아시아 다른 국가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유리하다는 것도 중국산 발주를 부추겼다.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 관계자는 “차에서 전혀 없앨 수 없지만 하니스 주문은 꾸준히 줄어드는 양상”이라며 “하니스를 공급하는 협력사들도 점진적으로 통신 모듈 개발로 업태 변경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