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비회원국, 이른바 ‘OPEC+’는 원유 협조 감산 정책을 논의하기 위해 3월 6일 개최하기로 했던 회의를 2월 4~5일로 앞당겨 열기로 했다. 중국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면서 국제유가가 하락을 거듭하고 있어서다.
직전 거래일인 지난달 31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3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1.1%(0.58달러) 떨어진 51.5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는 주간 단위로는 4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고, 월간 기준으로도 지난 5월 이후 최저 수준에 머물고 있다. WTI는 최근 9거래일 중 8거래일 하락했다.
신종 코로나 발생 초기만 해도 OPEC은 유가 하락이 일시적 공황 상태에 불과하다고 낙관했었다. 지난달 27일, OPEC 의장을 맡고 있는 알제리의 무함마드 아르캅 에너지 장관은 “세계 석유 수요에 미치는 영향은 작을 것”이라며 “상황을 주시하겠지만, 대응은 불필요하다”는 인식을 나타냈다. 같은 날 사우디의 압둘 아지즈 빈 살만 에너지 장관도 “석유 수요에 대한 영향은 극히 한정적일 것”이라며 주로 심리적 요인과 극단적으로 부정적인 전망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진단하며 과잉 대응이 불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 며칠 뒤인 30일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에 대해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중국 경제, 나아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경계하는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OPEC도 대책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여기다 OPEC 바스킷 가격이 60달러 이하로 떨어진 것도 산유국의 위기감을 부채질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OPEC과 러시아 등 OPEC+는 석유 수급과 가격 안정화를 위해 원래 3월 6일에 4월 이후의 대응을 협의할 예정이었으나 4~5일로 앞당겨 긴급 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
OPEC은 올해 세계 석유 수요를 하루 1억98만 배럴로 지난해 9977만 배럴에서 122만 배럴(1.2%) 높여 잡았다. 이 수치를 전제로 정책 조정을 실시하고 있지만, 중국과 세계 경제가 급격히 둔화하면 수요가 예상만큼 늘지 못해 상당한 공급 과잉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3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 감염 확대의 영향으로 중국의 석유 수요는 이미 하루 300만 배럴 감소했다.
그러나 현재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는 신종 코로나가 석유 수요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는 예상이 쉽지 않다. 사람과 물건의 이동이 제한되면 항공기 제트 연료와 선박 연료 수요가 줄어들 수 밖에 없고, 경제 활동이 정체하면 원유 수요 자체가 크게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OPEC+는 이번 회의에서 신종 코로나의 영향을 검토해 오는 3월 말까지인 감산 기간을 연장하거나 감산 규모 확대 등을 결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