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시간이 날 때마다 스마트폰의 앱을 살펴보는 습관이 생겼다. 은행에 가는 불편함을 덜기 위해 금융 관련 앱을 설치했는데, 생각지 못한 흥밋거리가 수시로 앱을 클릭하게 한다. 바로 ‘오엑스 퀴즈’ 때문이다. 경제, 예술, 역사 등 다방면의 상식 문제들에 맞으면 ‘O’, 틀리면 ‘X’를 표시하여 답을 알아맞히는 놀이이다. 정답을 맞히면 포인트가 쌓여 좋고, 틀린 문제에는 상세 설명이 첨부되어 미처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니 쏠쏠한 재미가 있다.
그런데 틀렸을 때 표시인 ‘X’의 이름은 가위표일까, 엑스표일까. ‘가위표(가위標)’가 맞는 표현이다. ‘가새표’라고도 한다. 원래 가새표만 표준어였고, 가위표는 표준어가 아니었다. 하지만 ‘X’의 모양이 종이를 자르는 가위를 닮았다 하여 사람들이 ‘가위표’를 더 많이 사용하다 보니 국립국어연구원에서 가위표도 복수표준어로 인정하여 둘 다 표준어가 되었다.
반면 우리가 흔히 쓰는 엑스표라는 말은 영어 알파벳 엑스(x)에서 따온 것으로 표준어에 등재되어 있지 않은 틀린 표기이다. 이와 더불어 곱표, 꼽표라는 말도 많이 쓰이는데 곱표(곱標)는 수학에서의 곱셈표(곱셈 부호)를 일컫는 말이다. 이 또한 틀린 것을 나타낼 때의 의미가 아니므로 적절하지 않은 표현이다. 꼽표도 곱표의 경상도 방언이므로 맞지 않다. 그러므로 “틀린 부분에 가위표를 쳤다” “퀴즈의 정답에는 동그라미표를, 오답에는 가새표를 쳐라”와 같이 써야 한다.
그렇다면 질문에 맞을 때 표시하는 ‘O’의 이름은 무엇일까. 동그라미표, 영표(零標), 공표(空標)라고 해야 옳다.
한편, ‘맞을 때 동그라미표, 틀릴 때 가위표’는 다른 나라에서도 통용될까. 이 표시는 우리나라와 일본 등 일부 국가에서만 쓰인다고 한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영어권 국가에서는 항목에 표시할 때 동그라미표는 쓰지 않고 체크 표시나 가위표를 쓴다.
가위표와 동그라미표가 비단 오엑스 퀴즈에만 쓰이지는 않으리라.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한 가지라도 기분 좋은 일이 있었다면 동그라미표를, 슬프고 화나는 일만 있었다면 가위표를 쳐 보면 어떨까. 한 달이 지나고, 일 년이 지난 뒤 동그라미 개수를 세어 보자. 동그라미 개수만큼 당신의 행복지수가 더 높아졌을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