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콧 재팬 여파가 가시기도 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사태가 터져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시장이 출범 15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LCC 매출 비중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일본과 중국노선 수요가 급감해 올해도 적자에 허덕임은 물론 업계 구조조정도 보다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LCC들이 일본 노선 수를 절반가까이 감축하면서 전체 국적사 일본 노선 여객수가 1년 만에 12% 가까이 줄은데 이어, 설상가상으로 중국 노선도 60%를 감축했다.
중국 지역에 대한 두려움이 확산되면서 중국 노선 예약 취소 문의도 급증하고 있다. 설 연휴부터 하루 수천명이 중국행 여행을 포기하면서 예약 취소율은 50%를 넘어선 상황이다.
특히 중국 노선의 매출 비중이 높은 LCC들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중국 노선 매출 비중은 제주항공 15%, 티웨이항공 4% 등이다.
LCC들은 생존을 위협하는 일본, 중국 노선 수요 감소를 만회하기 위해 동남아 등 다른 지역에서 대안을 찾으려고 하지만 이미 포화상태인 노선이 상당하다.
현재 비행기를 띄우는 노선의 증편도 슬롯(특정 시간대에 공항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 확보 없이는 의미가 없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수요는 여전히 살아나고 있지 않으며, 중국 수요 급감으로 연말ㆍ설연휴 성수기는 물건너 갔고 동남아 노선은 이미 포화상태로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라고 하소연했다.
게다가 플라이강원에 이어 에어로케이와 에어프레미아도 LCC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어 이들 세곳이 가세하게 되면 치열한 경쟁과 그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끊임없이 터지는 악재로 LCC들은 지난해에 올해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우려된다. 증권업계는 이미 지난해 4분기 국내 항공사 모두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항공업계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며, 제주항공-이스타항공의 합병에 이어 그 외 LCC들의 재편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미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에 돌입한 대형항공사(FSC)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3분기 국적사 중 유일하게 흑자를 낸 대한항공도 4분기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또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 HDC현대산업개발의 고민도 깊다. 무려 2조 원이 조금 넘는 금액을 들여 아시아나항공 지분(61.5%)을 취득하면서 재무부담이 엄청나게 커진 가운데, 아시아나항공의 추가 구조조정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하필 인수 시점 전후로 항공시장 상황이 급격하게 나빠지고 있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보유 여부 판단도 쉽지 않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일본 노선 회복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 노선 수요까지 감소하게 돼 엎친 데 덮친 격"이라면서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다른 중국 노선 추가 중단도 불가피해 실적 악화의 골이 깊어질 것으로 우려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