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소비가 힘을 못 쓰는 모습이다. 가구 자산의 부동산 쏠림과 경기 부진에 따른 소비 여력 약화에 더해 저출산·고령화로 주 소비층인 30·40대가 감소하고 있어서다. 여기에 상품 거래방식이 오프라인 중심에서 온라인으로 급변하면서 매장을 둔 자영업자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27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민간소비 증가율은 1.9%로 전년(2.8%)보다 0.9%포인트(P) 축소됐다.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도 지난해와 비슷한 2.1%에 머물 전망이다.
민간소비 둔화는 구조적으로 가구 자산 보유형태와 인구구조 변화에 기인한다. 지난해 건설투자와 설비투자가 각각 3.3%, 8.2% 감소하며 민간부문의 경제성장률(실질 GDP 기준) 기여도가 0.5%P에 머무는 등 경기 부진의 영향도 있지만, 그보단 구조적 요인이 결정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가구 총자산 중 부동산자산 비중은 2018년 69.9%에서 지난해 70.3%로 오르며 통계가 집계된 이래 처음으로 70%를 넘어섰다. 연령층 기준으로 주 소비층인 20~40대 인구는 올해부터 2024년까지 5년간 164만 명 감소할 전망이다.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산의 부동산 쏠림에 따른 가계부채도 문제지만, 생산가능인구의 50대 쏠림도 문제”라며 “은퇴를 앞둔 계층은 노후소득을 마련하기 위해 저축이나 연금에 투자해야 하므로, 그만큼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이어 “이런 구조적 요인은 인위적인 개선이 불가능한 부분”이라며 “그나마 경기가 개선되면 단기적으로 소비 둔화가 안정될 수 있겠으나, 올해는 눈에 띌 만큼 확연히 좋아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부연했다.
거래방식 변화도 골칫거리다. 소비 총량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기조적인 소비 둔화세와 맞물려 점포를 둔 소매점, 주로 자영업자들에게 타격을 준다.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전체 소매판매액 중 온라인쇼핑 거래액 비중은 23.1%로 전년 동월(20.5%)보다 2.6%P 확대됐다.
김민정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요즘엔 의류점 등 전문소매점뿐 아니라 대형마트도 매출액이 감소하고 있다”며 “일반 소비자들도 온라인에서 상품을 구매하는 게 보편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영업 불황은 말하는 경기 부진보단 소비패턴 변화의 영향이 커 보인다”며 “이제 온라인이 익숙한 세대가 주 소비층이 된 만큼, 카멜레존(카멜레온과 존(Zone)의 합성어)처럼 차별을 꾀하지 않는 한 자영업 경기가 살아나긴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한 폐렴’으로 불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도 올해 민간소비의 주요 변수다. 국내에선 27일 현재까지 4명의 확진 환자가 발생했다. 그나마 국내 확진 환자에 의한 2·3차 감염은 아직 발생하지 않았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발생했던 2015년 2분기에는 민간소비가 급감하면서 민간부문의 성장 기여도가 마이너스(-0.3%P)를 기록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