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올해 말까지 디지털세 분쟁에 휴전하기로 합의했다. 프랑스가 미국 ‘IT 공룡’들에 디지털세를 부과하지 않는 대신 미국도 프랑스에 보복관세를 매기지 않기로 한 것이다. 프랑스가 미 IT공룡을 겨냥해 독자적으로 디지털세를 부과한 뒤 미국이 보복관세를 예고하면서 본격화한 양국 갈등이 1년간 유예된 셈이다.
마크롱은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와 디지털세를 두고 좋은 대화를 나눴다”면서 “관세 인상을 막기 위해 더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 백악관도 “디지털세 관련 성공적인 협상을 도출하는 게 중요하다는 데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와 미국은 휴전하는 동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통해 디지털세 관련 국제조세 원칙과 세부안 마련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OECD는 지난해 10월 기업이 법인을 두지 않은 나라에서도 디지털 영업으로 발생한 이윤에 대해 해당 국가가 과세권을 갖는다는 내용의 일반 원칙을 마련한 바 있다. 글로벌 IT 기업들이 유럽 각국에서 이윤을 창출하면서도 세율이 가장 낮은 아일랜드 등에 법인을 두는 방식으로 조세를 회피한다는 지적이 계속되면서다.
프랑스는 지난해 7월 유럽 국가 중 가장 먼저 이를 제도화하고 독자 과세에 나서면서 미국과 충돌했다. 글로벌 IT기업들이 프랑스에서 벌어들인 연간 총매출의 3%를 과세하고는 것이 골자다.
미국은 프랑스의 디지털세가 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 등 자국 IT 공룡들에 대한 차별이라고 규정하고 24억 달러(약 2조8000억 원) 상당의 프랑스산 와인, 치즈, 고급 핸드백 등 수입품 63종에 대해 최고 100%의 추가 관세를 물리는 보복 조처를 예고했다.
미국에 유럽연합(EU)은 중국보다 더 큰 무역 파트너다. 자동차와 금융 등 양측 간 공급망은 복잡하게 얽혀 있어 보복 관세가 시행될 경우 세계 경제에 더 큰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유예이긴 하지만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던 양국 갈등이 휴전에 들어가면서 세계 경제도 한시름 놓게 됐다는 평가다.
EU도 프랑스 디지털세가 미국과 유럽의 무역전쟁을 점화하지 않도록 움직였다. 필 호건 EU 무역담당 집행위원은 지난주 워싱턴DC를 방문해 “프랑스 디지털세와 같은 이견에 대해 관세보다는 대화로 푸는 것이 낫다”며 “미국가 유럽 사이에는 하루 30억 달러 이상의 상품과 서비스 무역이 이뤄진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