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투기 수요 억제를 목표로 한 12·16 부동산 대책이 나온 지 한 달 가까이 지나고 있다. 주택시장은 한겨울 한파만큼이나 혹독한 시장 침체기를 겪고 있다. 매수세가 꺾여서 살 사람도 없지만 매물도 생각만큼 나오지 않아서 극도의 거래 침체가 나타나고 있다.
12·16 대책에서는 시세 15억 원을 초과하는 아파트를 초고가 아파트로 지목하고 이들 아파트에 대해서는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중단하는 극약 처방을 썼다. 또 종합부동산세의 세율을 끌어올리는 한편 2주택자에 대해서는 세 부담 상한선을 올려서 보유 부담을 더욱 크게 만들었다.
반면에 10년 이상 장기 보유한 다주택자에 대해서는 양도소득세 중과세를 올해 상반기까지 한시적으로 유예하는 조치를 취해서 매물이 나오도록 유도했다. 지금까지 나왔던 2017년의 8·2 부동산 대책이나 2018년의 9·13 부동산 대책에서는 계속해서 양도세 인상이나 대출 규제 등이 주류를 이루었지만 12·16 대책에서는 비록 한시적이긴 하지만 매물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것이다.
아직까지는 장기 보유자가 매물을 싸게 던진다는 소식이 없지만 머지않아 설 연휴 이후에는 고가주택의 일부 물량이 저가 매물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
올해 상반기까지 장기보유 다주택자가 주택을 양도할 때 내는 양도소득세는 양도 차익에서 40~50%까지 줄어들게 된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가산세 10~20%가 줄고 장기보유특별공제 30% 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올해 하반기 이후 매도에 비해서 시세를 기준으로 할 때에 약 20~30% 가까운 이득을 볼 수 있다. 이런 혜택을 눈앞에 두고 지나치지 않으려는 매도자가 시간이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혹자들은 장기 보유한 다주택자는 이미 매물을 양도했거나 증여했기 때문에 나올만한 매물이 없을 것이라는 추측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필자가 볼 때는 종부세에 부담을 느끼는 상당수의 다주택자가 매물을 던지리라 예상한다.
서울만 하더라도 10년 이상 장기 보유한 다주택자가 팔 수 있는 아파트 보유분이 40만 채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의 아파트 재고 170만 호 중 최근 10년 동안 거래된 물량이 90만 호 가량이라면 80만 호가 10년 이상 보유분이라고 볼 수 있고, 이 가운데 다주택자가 보유한 물량이 60%이므로 수치상으로는 48만 호가 장기 보유 다주택자 보유분일 것이다. 이 중에서 주택임대사업등록이나 증여 등으로 인해 팔 수 없는 물량이 4분의 1가량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수십만 채 이상의 물량이 종부세 부담과 양도소득세 부담을 덜어내기 위해 매물로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아마도 일부 다주택자는 중개업소에 부탁해 조용하게 은밀한 거래를 주문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싸게 판다는 소문이 나는 순간 집값만 떨어지고 거래가 더 힘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시세보다 20%가량 싼 매물은 올 4~5월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보유세 과세 기준일인 6월 이후에는 다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6월 30일까지 양도하고 잔금을 치러야 하므로 계약일 기준으로는 6월부터 물량이 줄어드는 것이다.
이후 7월을 지나고 나면 다시 매물이 줄어들고 12·16 대책 이전 가격으로 돌아가 있을 것이므로 고가주택의 저가 매수를 기대하는 실수요자라면 올 4~5월이 매수 적기로 볼 수 있겠다.
반면 종부세 부담 등으로 꼭 고가주택을 팔아야 한다면 거래 정보가 혼선을 보이고 있는 1월이나 늦어도 2월 이전에는 매도하는 전략이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