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이달 초 삼성준법감시위원회를 구성한 데 이어, 13일 ‘준법실천 서약식’을 열고 준법경영에 대한 철저한 실천 의지를 대내외에 선포했다.
새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준법경영 행보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서약식에서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김현석 사장, 고동진 사장 등 사장단은 준법실천 서약서에 직접 서명했으며, 나머지 임원들은 전자서명 방식으로 동참했다.
준법실천서약의 주요 내용은 △국내외 제반 법규와 회사 규정을 준수하고 △위법 행위를 지시하거나 인지한 경우 묵과하지 않으며 △사내 준법문화 구축을 위해 솔선수범하겠다는 3가지 항목으로 이뤄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서약식은 사장단을 포함한 전 임원이 준법경영 실천에 대한 의지와 각오를 밝혀 ‘법과 원칙의 준수’가 조직 문화로 확실하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사장단과 전 임원이 서약한 것은 삼성전자의 크든 작든, 조직 책임자는 법과 원칙에 저촉되는 어떤 의사결정이나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내부 통제를 강화한 것이다.
이날 삼성전자 이외에 삼성전기, 삼성SDS, 삼성물산도 회사별로 서약식을 열어 준법실천을 서약했으며, 향후 삼성SDI, 삼성생명, 삼성화재도 순차적으로 서약에 동참해 준법문화 확산에 나설 예정이다.
이번 준법 서약은 이재용 부회장이 강조하는 준법 경영 행보의 일환이다. 이 부회장은 회사의 미래 먹거리 발굴과 함께 준법경영을 위해 많은 고민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엔 삼성가(家) 롤모델로 알려진 스웨덴 발렌베리그룹의 마르쿠스 발렌베리 스톡홀름엔스킬다은행(SEB) 회장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준법경영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견해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최대 규모 그룹 중 하나인 발렌베리그룹은 오너가가 노블레스 오블리주(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실천하는 대표 기업으로 꼽힌다. 이런 이유로 삼성은 그동안 발렌베리그룹의 기업 운영방식 등을 일부 벤치마킹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부회장은 2일 경기 화성사업장 내 반도체연구소에서 맞은 새해 첫 행보에서 ‘반성’을 경영 화두로 던졌다.
그는 “잘못된 관행과 사고는 과감히 폐기하고 새로운 미래를 개척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투명하고 깨끗한 조직문화를 가진 기업으로 환골탈태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발언으로 해석됐다.
준법 경영 일환으로 삼성은 이달 초 독립적인 외부 감시기구인 삼성준법감시위원회도 구성했다.
진보성향 법조인 김지형 법무법인 지평의 대표변호사(전 대법관)를 포함해 법조, 시민사회, 학계, 회사 네 그룹에서 모두 7명으로 꾸려졌다. 그만큼 객관적으로 준법감시를 하겠다는 이 부회장의 강한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이달 중 삼성전자를 비롯한 7개 계열사는 이사회를 거쳐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협약을 체결할 방침이다.
협약에 참여하는 7개 계열사는 앞으로 준법감시위원회로부터 준법감시 및 통제 업무가 실효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감독을 받게 된다.
준법감시위원회는 △최고경영진의 준법의무 위반 리스크를 파악하고 △대외후원금 지출ㆍ내부거래 등 준법의무 위반 리스크가 높은 사안을 검토해 각사 이사회에 의견을 제시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