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법률에 근거해 영국은 이달 31일(영국 시간 23시) EU를 이탈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더는 EU의 정책 결정 등에 참여할 수 없고, EU 집행기관인 EU집행위원회의 관료에 해당하는 EU집행위원과 유럽의회 의원 자격도 잃게 된다.
단, 이탈하더라도 경제와 사회에 큰 변화는 없다. 2020년 말까지 이행기간 동안 급진적인 변화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현재의 경제 관계가 유지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기간 중인 6월 말에 다음 고비가 도래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 EU 의장국을 맡는 크로아티아의 안드레이 프렌코비치 총리는 9일 “다음 주께 영·EU 간 협상에 임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영·EU는 이행기간 중에 새로운 관세 및 통관 규칙을 정하는 자유무역협정(FTA) 등의 합의를 목표로 한다. 협상이 난항할 경우에는 2022년 말까지 이행기간을 연장할 수도 있지만, 그 여부는 6월 말에 결정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8일 이 ‘미래관계 협상’의 전초전에 해당하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의 회담에서 “2020년 12월 31일 이후로 이행기간을 연장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상태다. 만일, 연장하지 않고 영·EU가 2020년 말까지 FTA에 합의하지 못하면, 갑자기 관세 등이 부활, 해결됐다고 안심했던 ‘노 딜’과 같은 무질서한 이탈을 하게 된다. FTA 협상은 보통 수년이 걸리기 때문에, EU 측은 ‘연장’도 선택지에 넣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영국 집권 보수당 내 강경 이탈파에게 연장은 용납되지 않는다. 이행기간 중에는 EU 역외와 FTA 협상을 진행할 수 있지만, 발효는 되지 않는다. EU에 대한 부담금도 필요하게 된다. 이탈의 혜택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이행기간이 길어지면 강경파의 반발은 불가피하다. 6월 말 시점에 영·EU 협상이 난항하면 영국 정치가 다시 혼란에 빠지는 건 물론이다.
무엇보다 보수당은 총선 때 매니페스토(정권 공약)에서 “2020년 말 EU에서 완전히 이탈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어 압승을 거뒀다. 공약 위반에 해당하는 이행기간 연장을 단행하면, 존슨 행정부의 지지 이탈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어려운 선택을 강요당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