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총장은 7일 오후 추 장관을 예방하는 자리에 굳은 표정으로 입장했다. 윤 총장은 "추 장관과 인사관련 얘기 교환할 것인지", "대검수사 지휘부 교체 관측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 등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반면 이날 오후 3시께 청사로 복귀한 추 장관은 미소를 띤 채 취재진을 향했다. 다만 "윤 총장과 인사관련 얘기를 나눌 것인지", "지휘부도 인사 대상에 포함되는지", "비검사 출신 임용 생각 있는지" 등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추 장관은 윤 총장과 상견례 이후 별도의 절차를 통해 의견을 청취할 예정이지만 뜻이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추 장관은 지난해 12월 30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검찰총장의 의견은 듣겠지만, 협의는 하지 않겠다”며 선을 그은 바 있다.
법무부는 이르면 이번주 내 인사위원회를 열고 검찰 간부급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검찰 주변에선 현재 8석의 검사장급 공석을 채우는 ‘좌천성 영전’ 인사를 통해 이른바 ‘윤석열 라인’을 분산시킨 후, 중간 간부급 이하 전보 인사를 하는 방식으로 일선 수사팀까지 변화를 줄 것이란 관측이 많다.
현재 대전ㆍ대구ㆍ광주고검장과 부산ㆍ수원고검 차장검사, 법무연수원 기획부장 등 6자리가 공석이다. 더불어 추 장관 임명 후 물러난 박균택 법무연수원장, 김우현 수원고검장의 후임 인선도 필요하다.
추 장관은 2일 임명장 수여식에서 “수술칼을 환자에게 여러 번 찔러서 병의 원인을 도려내는 것이 명의(名醫)가 아니라 정확하게 진단하고 정확한 병의 부위를 제대로 도려내는 게 명의”라며 검찰 수사를 에둘러 비판했다.
만약 추 장관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 여권을 향한 검찰 수사에 최근 불만을 표시한 청와대의 의중대로 인사권을 행사할 경우 윤 총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한동훈 대검 반부패ㆍ강력부장과 송경호 서울중앙지검 3차장 등이 교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박찬호 대검 공공수사부장, 신봉수 서울중앙지검 2차장 검사도 대상자로 언급된다. 청와대 감찰 무마 의혹 수사를 책임지는 조남관 서울동부지검장과 홍승욱 차장검사, 이정섭 형사6부장 등의 이름도 거론된다.
이에 검찰 내부에서는 ‘수사 차질’, ‘독립성 침해’ 등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인사 결과에 따라 검찰 고위 간부들의 줄사표가 이어질 경우 인사 폭은 더 커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