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신년사에서 밝힌 내용이다. 부동산 국민공유제는 부동산으로 얻은 이익을 서울시가 거둬들여 기금을 조성하고, 그 돈으로 토지나 건물을 사들여 싸게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박 시장의 주장은 부동산 사유재산권을 인정하되 재산권 행사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일정 부분 제한할 수 있다는 토지 공개념을 훨씬 뛰어넘는 위험한 발상이다. 국가가 세금을 걷어 토지나 건물을 매입한다면 결국 부동산을 국가 소유로 하겠다는 취지로도 이해될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부동산 국민공유제를 발표할 때 주요 재원으로 거론한 종합부동산세는 국세인 만큼 서울시장이 관여할 수 없다. 더욱이 종부세는 특수목적세가 아닌 일반세이기 때문에 기금으로 활용하려면 법 개정이 필수다.
재건축초과이익 환수금 역시 전액이 ‘서울시 돈’이 아니다. 정부가 50%를 가져가고 특별시, 광역시, 도는 20%를 가져갈 수 있다. 나머지 30%는 자치구에 배분된다. 이 역시 배분원칙을 바꾸려면 법 개정이 필요하다. 더욱이 아직 납부된 사례가 없어 부담금 수익이 얼마나 될지 예상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결국 서울시가 좌지우지할 수 있는 돈은 개발부담금과 기부채납액만 남는다.
주택 재건축·재개발사업을 비롯해 각종 개발에 부과되는 기부채납은 대부분 서울시가 갖는다. 다만 기부채납의 절대 부분을 차지하는 주택 재정비사업이 중단되면 받을 수 없는 돈이다. 이렇게 되면 부동산 공유기금을 만들기 위해 기부채납 규모를 늘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 전체 혜택을 위해서 실시한다는 부동산 국민 공유제가 또다시 부동산 가격의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박 시장은 지난 10년간 부동산을 중심으로 재산, 소득 불평등이 심해졌고 지금 집값의 문제가 모두 이명박, 박근혜 정부 탓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무분별한 규제 완화와 ‘빚내서 집 사라’는 부동산부채주도 성장의 결과라는 것이다. 이번 정권 들어 18번의 부동산대책을 쏟아냈는데도 집값 폭등에 대해 남 탓으로 일관하고 있다.
‘견강부회(牽强附會)’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전혀 가당치도 않은 말이나 주장을 억지로 끌어다 붙여 조건이나 이치에 맞추려고 하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도리나 이치와는 상관없이 자신의 주장만을 내세우면서 합당하다고 우기는, 지나치게 자신의 의견만을 고집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견해에는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는 사람을 가리킬 때 자주 쓰는 표현이다.
박 시장은 지난해 여의도·용산 통개발 발언으로 집값 폭등을 초래했다. 졸속적인 접근의 위험성을 충분히 경험했을 텐데도 반짝인기나 관심을 끄는 데만 더더욱 골몰하는 듯한 모습이다.
서울시장은 수많은 지방자치단체장 중 하나의 자리이기도 하지만, 국민 5분의 1이 살고 있는 대한민국 중심도시를 이끄는 책임이 무거운 자리다. 서울시의 결정에는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히는 만큼 이견이 많은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제대로 숙성되지 않은 발언 때문에 불필요한 혼란을 겪는 일만큼은 피해야 하지 않을까.